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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어난지 겨우 두 달” 끔찍한 사고…막을 수 있는데, 매일매일 죽고 있다 [지구, 뭐래?]
지난해 8월 12일 태어난 지 약 2개월 된 멸종위기종 새호리기가 서울 강남구 소재 건물 유리창에 부딪혀 죽어있다 [네이처링]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새가 방음벽이나 건물에 충돌해 죽는 일 막고자 패턴이 새겨진 테이프를 제공하는 사업이 시행 중이지만,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민간과 공공을 가리지 않고 지원을 신청하면 테이프를 받을 수 있지만, 이 조처를 하는 기관이 한해 16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경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건축물·투명방음벽 조류 충돌 방지 테이프 지원사업’ 대상 기관은 본사업이 시작한 2020년 21곳, 2021년 17곳, 2022년 21곳, 2023년 8곳, 올해 14곳 등 5년간 연평균 16곳 정도에 그친다.

건축물이나 투명방음벽을 관리하는 기관이면 공공이든 민간이든 조류 충돌 방지 테이프 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호응이 크지 않은 셈이다.

투명방음벽만 보면 지난 5년간 방음벽에 조류 충돌 방지 테이프를 부착하겠다고 신청한 기관이 28곳에 그친다. 전국에 설치된 방음벽이 작년 기준 5502개소(총 1533㎞), 지난해 신규 설치된 방음벽만 21개소(5.6㎞)라는 점에서 조류 충돌 방지 테이프 부착 사업은 매우 더디게 진행된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월 서울 송파구 투명 방음벽에 충돌한 직박구리 [네이처링]

환경부가 의지를 보였다면 사업에 더 속도가 붙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정된 예산이 적은 데도 매년 다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류 충돌 방지 테이프 지원사업에 2020~2022년엔 매년 1억5000만원, 작년과 올해엔 1억2000만원 예산이 배정됐다. 불용액은 2020년 1000만원, 2021년 2100만원, 2020년 2000만원, 2023년 100만원 등 예산 대비 적잖게 발생했다.

인공구조물에 충돌해 죽는 새는 국내에서 연간 800만마리 정도로 추산된다. 맹금류를 제외한 새는 천적을 경계하고자 보통 눈이 머리의 옆에 달렸다. ‘측방’ 시각이 넓게 발달하다 보니, 전방 물체와 ‘거리감’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이는 충돌로 이어진다. 구조물이 투명한 경우 구조물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구조물에 반사된 자기 모습을 적으로 여겨 공격하려다가 충돌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8월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새호라기가 서울 강남구의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발견됐다. 건물 유리창에 부딪쳐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환경부 ‘야생조류 투명창 충돌 저감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대부분 새는 높이와 폭이 각각 5㎝와 10㎝ 미만인 공간은 지나가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이 점을 이용해 조류 충돌을 예방하는 방안이 무늬가 삽입된 테이프 부착이다.

시는 투명방음벽에 야생조류 충돌방지 필름을 시공했다. [오산시 제공]

2022년 6월 야생생물법이 개정되면서 작년 6월부터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은 인공구조물에 새 등이 최대한 덜 충돌하도록 구조물을 설치·관리할 의무가 부여됐다. 조류 충돌 예방 의무를 법제화한 세계적으로 드문 사례로 꼽힌다.

제도를 선진적으로 도입한 만큼, 이행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이용우 의원은 “방음벽 등 인공구조물에 부딪혀 매해 많은 새가 목숨을 잃는다”라면서 “이는 생물다양성 보존에도 악영향으로, 더 다양한 기관이 조류 충돌 방지 조처에 나서도록 환경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y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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