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제5차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 왼쪽부터 김홍균 외교부 1차관, 보니 젠킨슨 국무부 군비통제·국제안보 차관, 카라 아베크롬비 국방부 정책 부차관 대행, 조창래 국방부 국방정책실장. [외교부 제공]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한미 외교·국방 당국이 미국 대선을 앞두고 “한국에 대한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즉각적이고,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확장억제 강화 원칙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또한 북한이 미국 대선 전후로 7차 핵실험이나 중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논의하고, 북핵 위협 상황을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4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제5차 한미 외교·국방(2+2)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개최된 만큼, 양국 간 대북정책 원칙을 재확인했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은 “북한이 미국 대선을 전후로 중대한 도발을 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양국의 평가”라며 “이와 관련해 여러 가능한 도발과 대응에 대해 협의했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이어 “북핵에 대응하는 가장 최적의 방안은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그런 차원에서 워싱턴 선언을 통해 발족한 한미 핵협의그룹(NCG)과 EDSCG를 통해서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측 수석대표인 보니 젠킨슨 국무부 군비통제·국제안보 차관은 “우리는 우리의 확장된 억제력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며 “한국이 우리에게 의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측은 공동언론발표문을 통해 “미국은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북한의 어떠한 핵공격도 용납될 수 없으며 김정은 정권의 종말로 귀결될 것을 재차 강조한다”고 밝혔다.

특히 한미는 “안보 환경의 악화 속에 정책 기획과 공조를 강화하기 위해 EDSCG에서 처음으로 시나리오 기반 토의를 실시했다”고 공개했다. 북핵 위협 상황의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외교, 정보, 군사, 경제(DIME) 분야에서의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한미는 “인도태평양 지역과 유럽·대서양 지역 간 연계성 심화를 인식하고, 이것이 억제와 미국의 핵태세에 대해 갖는 함의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카라 아베크롬피 미 국방부 정책 부차관 대행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전략폭격기와 핵무기 탑재 가능 이중 용도 전투기 및 핵무기 등 역내 핵분쟁 억제에 적합한 유연한 핵전력을 계속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새 정강에 ‘비핵화’가 빠져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비핵화 목표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양측은 “전제조건 없는 대화에 열려있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양측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직접적으로 위반하는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를 포함한 군사협력을 규탄했다. 한미는 “러북 안보 협력 강화로 인한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들을 식별했다”며 “양측은 러시아가 북한에 무엇을 제공하는지 면밀하게 주시하기로 했으며, 러시아와 북한이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를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양측은 EDSCG에 대해 “한반도 및 더 넓게는 인도태평양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안보 전략적·정책적 사안들에 대한 한미 간 논의와 조율을 위한 핵심적인 연례협의체”라고 규정했다. 2022년 5월 한미 정상회의를 계기로 연례화된 EDSCG의 의미를 강조하며 차기 정부에 회의의 지속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전달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차관과 젠킨슨 차관은 회의 후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을 만나 “양국 외교·국방 당국 간 협력을 통해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동맹의 영속적인 협의체”라고 재차 평가했다. 이들은 이날 국가 핵위험 경감센터도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