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군함도 등재 당시에도 ‘약속 미이행’ 지적받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7월27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회의에서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일본 니가타현 '사도 광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했다. 사진은 사도 광산 아이카와쓰루시 금은산(金銀山) 유적. [연합] |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조선인 강제노동의 현장인 일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를 결정하면서 일본측이 약속했던 사도광산 노동자들을 위한 추도식이 연기되고 있다. 당초 7~8월 개최 예정이었지만 9월로 예상됐다가 “올해 내”로 멀어졌다. 2015년 군함도 등 근대산업시설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이후 ‘약속 불이행’ 지적을 받아온 일본이 또다시 이행조치에 불성실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전날(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도식 개최 시기를 묻는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9월에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날짜를 (일본 측과)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27일 개최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일본측 대표인 카노 타케히로 주유네스코 일본 대사는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를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해석과 전시 전략 및 시설을 개발할 것이며, 사도광산의 모든 노동자, 특히 한국인 노동자를 진심으로 추모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사도광산 노동자들을 위한 추도식을 매년 사도섬에서 개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문은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결정문에 각주로 포함돼 결정문의 일부로 간주된다.
이는 한일 정부 간 합의사항이기도 하다. 한국 정부는 “사도광산 노동자들을 위한 추도식이 올해부터 매년 7~8월경 사도 현지에서 개최된다”며 “올해 개최 일자와 장소는 현재 일본 내에서 조율 중이며 우리와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그동안 일본의 민간단체 차원의 추도식은 종종 있었으나, 이번에 일본이 약속한 추도식은 일본 정부 관계자도 참가한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사도광산 노동자를 위한 추도식 개최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당초 7~8월로 발표됐지만 9월로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왔고, 이날 조 장관이 9월 개최가 어렵다고 공식석상에서 밝힌 것이다. 조 장관은 이재정 민주당 의원이 ‘올해 안에 열리는가’라고 묻자 “그렇게 알고 추진하고 있다”며 “올해로 양해가 돼 있다”고 말했다.
추도식에 참석하기로 한 일본 정부 관계자도 정해지지 않았다. 조 장관은 일본측 참석자에 대해 “우리는 일본 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하면 좋겠고, 진정성을 보이는 추도식이 좋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추도식 지연은 이를 주최하는 일본측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 일본은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가 예정돼있다. 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여론을 자극할 수 있는 행보는 최대한 삼가려는 태도로 해석된다. 조 장관은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도 있고, 정치적인 것도 고려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유네스코 결정 당시 약속했던 사안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이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스스로 만드는 셈이다. 첫 추도식 개최조차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면 ‘매년 개최하겠다’는 약속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조 장관은 추도식 주체에 대해 “당연히 일본이 주최하는 것이 취지에 맞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지난 2015년 군함도의 세계유산 등재 당시 했던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유네스코로부터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일본은 한국인 등의 강제노역 사실을 이해할 수 있는 조치와 희생자 추모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아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