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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산 줄줄이 삭감…‘문화도시’ 서울은 없다
시의회 예술사업비 대폭삭감

서울광장·한강공원 무대 등

각종 무료공연 축소 불가피

시민들 “문화 즐길 기회 상실”


서울시의회가 올해 서울시 예산에서 문화ㆍ예술공연 사업비를 대폭 삭감해 시민을 위한 무료공연이 줄줄이 퇴출 또는 축소가 불가피하게 됐다. 관람을 못하는 시민은 물론 무대에 오를 수 없게 된 순수예술인들도 “메마른 서울이 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의회가 “토건ㆍ전시성 예산”이라며 예산을 삭감하면서 시민들의 문화ㆍ여가생활에 직결된 예산까지 도매금으로 깎인 것. 서울시 문화관광디자인본부 예산안은 총 5169억원으로 편성됐지만 예산심의에서 463억원이 깎여 전체 4705억원으로 확정됐다.

삭감규모는 적지만 시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문화행사 관련 예산이 많다. 15억원이 전액 삭감돼 폐지 위기에 몰린 ‘문화와 예술이 있는 서울광장’이 대표적인 사례. 매년 5~10월 서울광장에 상설무대를 설치해 저녁마다 무료 공연을 여는 행사다. 2004년 서울광장 개장과 함께 시작돼 퇴근길 직장인들을 비롯, 인근 호텔에 머물던 외국 관광객들도 편한 차림으로 나와 이 공연을 즐겼다.

지난해엔 215개 팀 2426명이 100회 공연을 벌여 21만여명이 관람했다. 공연 동영상이 시 홈페이지와 유튜브에 올라가기 때문에 무명 예술인들에겐 인지도를 높일 기회이기도 했다. 행사 예산은 15억원이지만 그 효과는 수백억원이라는 것이 참가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권영규 서울시 부시장은 “서울광장의 푸른 잔디 위에 편하게 앉아 수준급 오케스트라, 가곡, 뮤지컬 등의 공연을 무료로 보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며 공무원으로서 보람을 느끼곤 했는데 올 한 해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며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행사였는데 아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시의회는 또 2003년 시작된 ‘하이서울페스티벌’ 예산 30억원을 15억원으로 반토막냈다. 이와 비슷하게 한강공원에 모인 시민들에게 각종 공연을 무료로 제공해 주던 ‘문화와 예술이 흐르는 한강’ 프로그램 예산안 4억원은 절반인 2억원으로 삭감됐다.

서울관광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관광업계 관련 서울시 주최 시상식인 서울관광대상 예산 6억1000만원도 전액 잘렸다.

또 외국 관광객들의 필수 방문코스인 남산의 영상 조명을 더욱 볼만하게 개선하기 위한 예산 3억원도 절반인 1억5000만원이 삭감됐다.

서울시가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추진해왔던 서울관광 활성화의 일환인 사업들이 예산 삭감으로 올스톱 위기에 몰린 것이다.

지하철역에 미니도서관을 조성해 운영하기 위해 편성했던 예산 3억5000만원도 전액 삭감당했다.

시의회가 이런 행사를 서울시의 전시성 행사로 규정해 예산을 삭감했다는 사실에 시민들은 더 분노하고 있다.

김미정(중구ㆍ40세) 씨는 “시민들이 무료로 고급 문화를 접할 기회를 말살한 정책”이라며 “이제부터는 10만~20만원짜리 공연을 보거나 아니면 영화만 보라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수한 기자/soo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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