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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흡연ㆍ옷ㆍ행동까지...” 별별 규제가 다 있네
근무시간 중에 잠시 자리를 비우고 담배를 피웠다면 근무시간으로 인정해줘야 할까, 아니면 개인의 휴식시간으로 봐야 할까. 또 회사에서 근무할 때, 속옷이나 점심메뉴 등을 마음대로 선택하는 것은 잘못된 것일까.

근무시간을 엄격히 규제해 흡연시간이나 잡담하는 시간까지 근무시간에서 빼는 법안을 통과시킨 곳이 있는가 하면, 속옷 색깔까지 정해주고 점심메뉴도 일부를 제한하는 곳, 심지어 남녀 간 일정거리 이상 떨어져 지낼 것을 규정으로 정해놓은 곳도 있다.

전세계적으로 퍼져 있는 말 그대로 ‘황당한 규제들’을 살펴본다.

▶속옷 색깔, 향수, 점심메뉴도 규제 대상?

스위스은행 UBS는 지난해 말 무려 44페이지에 달하는 드레스코드를 공개해, 조롱을 받은 바 있다.

비판을 받은 드레스코드는 정장은 회색과 검정색, 네이비 색상만 착용하도록 했으며, 셔츠 소매은 물론 양말색을 검은색으로 맞추도록 했다. 또한 속옷 색깔은 자신의 피부색과 맞춰야하며 스커트 길이는 무릎 중간 길이, 향수는 아침에만 사용 가능, 흰색 블라우스만 착용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신 유행하는 안경 착용도 금지했으며 남성 직원은 염색을 못하도록 했고, 여직원은 검은색 매니큐어가 허용되지 않는다. 점심 메뉴도 규제했는데, 마늘이나 양파가 포함된 음식은 피하고 흡연 후에는 반드시 양치질을 해서 담배 냄새를 없애도록 했다. 남직원에게는 빨간색 넥타이를 매도록 했으며, 넥타이 매듭을 묶는 방법까지 조언했다.

이처럼 ‘황당한 드레스코드’로 입방아에 오르자 결국 드레스코드를 바꾸기로 했다. 하지만 “보다 온건하게 바꿔서 줄이기로 했다”고만 밝힐 뿐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UBS는 고객들에게 어떤 인상을 주는지, 세련된 옷차림과 예의를 갖춘 신중한 복장에 집중하기로 했다.

▶“남녀 간 50cm 이내 접근금지”?

중국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남녀 간에 서로 20인치(50.8센티미터) 이상 가까이 하지 말도록 해 눈길을 끈다.

중국 쓰촨성의 학생들은 교내에서 남학생과 여학생이 서로 20인치 이내로 접근하지 말아야 하는데, 이는 남녀 간 친밀함을 근절하기 위한 학교 측의 방침이다.

중국 청두의 Yandao Jie중학교는 남녀 간에 가까운 접촉을 금지하도록 하는 룰을 마련했다. 남녀가 20인치 이내에 있는 것이 적발되면, 이 학생들은 우선 호되게 혼이 나며 공식적인 처벌을 받게 된다. 최악의 경우, 이런 학생들은 퇴학을 당할 수도 있다.

중학생들은 학창시절의 기록에 어떤 오점이 있을 경우, 최고의 대학에 들어가거나 해외 유학을 가거나 혹은 공산당원이 될 기회를 날려 버릴 수도 있다.

이 같은 규정은 중국 교육부장관이 최근 젊은이들의 행동을 정화하고 에티켓에 관한 새로운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선언한 뒤 초안이 마련됐다. 최근 중국에서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의 대담한 성적인 행동이 구설에 오르자 이 같은 황당한 행동 코드까지 마련된 셈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학생들은 기본적인 테이블 매너에서부터 줄을 잘 서는 법과 대화하는 법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대한 에티켓을 배워야 한다. 예컨데, Yandao Jie중학교에서 학생들은 복장을 적절하게 입어야 하며, 차를 따를 때에는 3분의 2 정도만 채워야 한다.

한편, 새 규정에 따르면, 남녀 간의 적절한 거리는 31~40인치(78.74~101.6cm) 정도다.

▶잡담시간ㆍ잔디깎기도 규제!

영국의 시의회에서는 날씨 얘기를 할 때는 근무 시간에서 빼기, 경사지에서는 잔디깎기 금지, 교통안전 표지판에 장식 금지 등을 규제하고 있다.

영국 칼라일 시의회는 직원들에게 날씨나 기념일 등에 관해 잡담을 할 경우엔 퇴근시간을 기록하라는 규칙을 정했다. 이달 초 칼라일 시의회는 “근무시간 중 행동지침”에 따라 중대한 과오가 있다고 여겨질 경우, 징계처분을 내릴 것이라는 지침을 직원들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즉,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때는 근무시간에서 빼고 퇴근시간으로 기록한다는 것이다.

직원들은 너무 많은 시간을 잡담을 하거나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를 검색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일하는 시간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2명의 팀 리더가 31명의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이메일은 “최대 출력을 내기 위해 직장의 기풍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동료들에게 말을 하지 않을 필요까지는 없지만, 일과 무관한 이야기는 최소한으로 제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메일에 따르면, 직원들이 날씨나 휴일 등과 관련된 대화를 하고 싶다면, 퇴근시간을 체크해야한다.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와 스포츠 및 패션 웹사이트도 금지되며, 사진을 보는 것도 경고 대상이다. 흡연자들은 물론 담배를 피우고 싶을 땐 퇴근시간을 체크해야한다.

직원들에게 이처럼 이상한 규칙을 이행하도록 한 지방자치단체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8년 12월, 햄프셔 자치단체 의회는 차량 정지 표시판을 들고 아동들이 도로를 건너는 것을 도와주는 사람이 지팡이에 장식용 반짝이 조각을 매는 것을 금지하도록 했는데, 건강과 안전상의 위험이 그 이유였다.

시의회는 순찰 결관이 원형 표지판 끝부분에 장식용 반짝이 조각을 걸고 학교를 순찰하는 것에 대해 한 일반인이 불만을 제기하자 조치를 취했다. 즉, 캘빈 심슨(45)은 장식용 반짝이 조각을 제거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표지판의 눈에 띄지 않는 부분때문에 안전이 우려된다는 이유때문이었다.

또 지난 2009년 여름에는 시의회가 직원들에게 “너무 위험하다”며 경사지에서 잔디를 깎는 것을 금지하도록 했다.

파이프 의회는 직원들에게 15도 이상의 경사도에서는 잔디깎는 기계의 사용을 금했다. 시의회는 이 같은 조치가 건강과 안전상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흡연시간, 근무시간서 빼!

영국 동부 노퍽 카운티 브레크랜드 의회는 2010년 초 발의된 “근무 중 담배를 피우는데 사용된 시간은 더 이상 임금지불 대상이 아니다”라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11월1일부터 효력이 발생됐다. 


이에 따라 직원들은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 들어오는 시간을 카드 인식기에 읽혀 체크해야한다. 또 담배를 피우느라 소비된 시간을 채우기 위해 추가 근무를 해야 한다. 브레크랜드 의회는 새 흡연정책을 영구히 지속하되, 6개월간 검토기간을 가질 예정이다.

이에 대해 영국의 끽연가들이 난리가 났다. 영국의 한 흡연자 권익단체는 “커피나 샌드위치를 사러 나갈때도 카드인식기를 통과해야 하느냐. 모든 근로자들은 일하는 도중에 쉴 권리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미니스커트도 규제?

“미니스커트를 입으면 남성을 유혹하는 것이다?”

“스스로 남성과 가까워지려고 해놓고 나중에 성폭행을 당한 것에 놀란다면 잘못된 것이다?”

러시아발 드레스코드 논란은 ‘미니스커트’다. 많은 러시아인들이 정신적 지주로 생각하는 러시아 정교회 고위 성직자가 남녀 국민 모두를 위한 ‘드레스 코드(복장 규정)’를 도입하자는 제안을 하고 나서면서 논쟁이 일고 있다.

더욱이 러시아 정교회 대(對)사회관계실 실장을 맡고 있는 브세볼로드 차플린 사제장은 18일 “여성들의 야한 복장이 성폭력 등의 문제를 야기한다”며 러시아인 전체를 위한 복장 규정을 도입할 것을 제안해 네티즌과 정치인 등이 개인적 자유 침해라고 반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차플린 사제장은 지난해 12월 중순 민족갈등문제 토론회에서 ‘왜 러시아 여성들이 자주 캅카스 출신 남성들의 피해 대상이 되나’는 질문에 “만일 어떤 여성이 미니스커트를 입으면 캅카스인뿐 아니라 러시아인도 유혹하는 것”이라며 “스스로 남자들과 가까워지려고 해놓고 나중에 성폭행을 당한 것에 놀라움을 표시한다면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러시아 여성들은 외모를 좀 더 가볍지 않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네티즌 700여 명이 인터넷에 러시아 정교회 키릴 총대주교 앞으로 보내는 항의성 청원서를 올렸다.

네티즌들은 청원서에서 “복장은 개인적 문제이며 모든 사람은 옷을 어떻게 입든 누구와 접촉하든 관계없이 성적으로 침해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며 차플린 사제장이 공개 사과하는 것은 물론 총대주교가 그를 처벌해줄 것을 요구했다.

차플린은 그러나 자신의 주장을 굽히기는 커녕 18일 오히려 인터넷에 올린 네티즌들의 청원서에 대한 답변서에서 “러시아인들의 복장은 규율이 필요하다”며 남녀 모두를 위한 ‘드레스 코드’ 도입을 제안했다.

그는 “시대와 민족을 막론하고 복장은 100% 개인적 문제가 아니었다”며 “여성들이 공공장소나 대학, 직장 등에서 어떤 식으로 처신하는지는 사적 문제가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방탕한 외모와 행동은 속이 빈 일회성 사랑, 이혼이 예정된 단기간의 결혼, 자식의 불행, 삶의 재앙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며 “현재 회사나 대학, 학교 등이 자체 복장 규정을 도입하고 있는 것은 좋은 일이며 이와 마찬가지로 러시아인 전체를 위한 드레스 코드를 도입하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 같은 차플린 사제장의 주장에 주요 인사들이 다시 논평을 하고 나서면서 논쟁은 더욱 확산됐다.

대통령 인권위원회 위원장 미하일 페도토프는 국민 복장 규정 도입 제안에 반대하면서 “러시아엔 이미 남자는 양복과 넥타이를 매고, 여자는 치마를 입는 것과 같은 일반적인 드레스 코드가 있으며, 교회나 공장, 은행 등에서도 별도의 복장규정이 정해져 있는 등 수많은 드레스코드가 있다”며 “굳이 새로운 규정을 도입할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인권단체인 ‘모스크바 헬싱키 그룹’ 대표 류드밀라 알렉세예바도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옷을 입게 해야 한다. 자유를 속박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장연주 기자 @okjyj>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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