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설날 기다린 사람 vs. 설날 피한 사람
민족 대명절 설날. 가족 친지와 함께 새해인사를 나누며 정을 쌓는 명절은 우리의 마음을 풍성하게 해주었다. 하지만 모두에게 설날이 같은 의미일 수는 없다. 남들보다 설날을 더욱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되도록이면 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신입사원ㆍ명절 단기 알바생 “명절 기다려져요”= 지난해 12월 공기업에 입사한 신모(29ㆍ여)씨는 올해 설 명절을 누구보다 기다렸다. 대학 졸업 후 2년 동안 백수로 지내오면서 명절 때면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친지들을 만나기를 꺼려왔던 신씨. “취업은 언제하냐” “차라리 결혼을 해라”는 등 친지들이 툭툭 던지는 한마디에 상처 받기 일쑤였던 신씨는 이번 설에 당당한 모습으로 친척집을 방문했다. 신씨는 “외할머니께 드릴 명절 선물로 20만원에 달하는 한방화장품을 구입했다. 작년까진 백수라 제대로 인사도 못했지만 올해는 당당해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명절에 아르바이트 특수에 웃은 대학생들도 있었다. 백화점이나 대형할인마트 등 유통업계에서 명절을 맞아 명절특별상품을 판매하는 아르바이트 인력을 대거 모집했기 때문이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대형마트에서 지난 31일부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임모(23ㆍ여ㆍ휴학생)씨는 “평소에는 단기 아르바이트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명절에는 짧고 굵게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7일 동안 하루에 8시간씩 일하면 50여만원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긴 연휴를 이용해 휴가를 떠나는 직장인들도 명절이 반갑기만 하다. 금융회사에 다니는 한모(26ㆍ여)씨는 일2일부터 다음주 화요일인 8일까지 미국 여행을 떠난다. 연휴와 더불어 2일간 연차를 내 일주일동안 여행을 떠나기로 한 것. 한씨는 “이런 기회가 흔하지 않다. 휴가를 일주일씩 낼 수는 없는데 긴 연휴 덕분에 여유있게 여행을 다녀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고시생 “명절이 없어졌으면…”= 이에 반해 설 명절이 달갑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박모(27ㆍ대학생)씨는 명절에 고향에 내려가지 않았다. 시험이 몇주 남지 않기도 했지만 지난해 1차 시험에 떨어졌던 터라 부담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 박씨는 “공부는 잘되가냐고 분명 친척들이 물어보실 텐데 일일히 답하기도 귀찮다. 학원에서 시험대비 특강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미 불합격이 결정된 고시생들은 명절이 더욱 부담이다. 직장을 그만두고 2년 째 중국어 교사가 되기 위해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또다른 박모(30ㆍ여)씨는 이번 시험에서 또 낙방했다. 박씨는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일년 더 시험준비를 하겠다는 말씀을 드리러 가야하는데 차마 발거음이 떨어지지 않았다”며 한숨을 쉬었다.

<박수진 기자@ssujin84>
sjp10@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