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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업으로 100만 항의 동참”…이집트 11일 결전의 날
이집트 전역에서 노동자들의 파업이 이어지면서 3주째로 접어든 반정부 시위가 새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들이 금요 기도회가 열리는 11일 전국적인 노동파업으로 ‘100만인 항의 시위’에 동참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정부가 군대를 동원한 강경 진압을 경고하고 나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 노동자 파업으로 시위 새 양상=9일 이집트에서는 철도, 버스, 섬유ㆍ철강ㆍ음료 공장, 수에즈 운하 등 광범위한 산업 부문에서 파업이 일어났다. 이집트 중부의 정치ㆍ상업 중심지인 아시유트에서는 농민들로 구성된 시위대 4000여명이 야자수 나무에 불을 붙여 카이로로 통하는 고속도로와 철로를 차단했다.

카이로에서는 국영 전기회사 직원 수백 명이 무바라크의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고, 버스회사 5곳의 운전기사들도 24시간 버스 운송을 중단하고 파업에 동참했다. 박물관 직원 수십 명과 섬유 공장 노동자 수백 명도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한 노동자는 “밤샘 근무를 해도 수당이 고작 한 달에 1달러”라며 분노했다.

수에즈 운하가 있는 항구도시 수에즈에서도 이틀째 파업이 이어졌다. 섬유ㆍ의약품 용기 생산공장과 수에즈 운하 내 선박 수리 공장에 소속된 노동자 5000여명은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연좌농성에 들어갔다. 인근 슬럼가에 사는 주민 300여명은 주택 부족에 항의하며 정부 청사에 불을 질렀다. 그러나 수에즈 운하의 통행은 차질을 빚지 않았다.

노동자 파업을 이끄는 카말 압바스는 “노동자들은 무바라크 일가가 끌어 모은 재산의 규모를 듣고 파업에 동참하게 됐다”면서 “그들은 ‘얼마나 더 침묵해야 하는가’라고 묻고 있다“고 말했다. 이집트는 전체 인구의 40% 정도인 8000만 명이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최저 빈곤선 이하에 해당한다.

이날 타흐리르 광장에는 1만여 명이 모여 “무바라크, 어디서 700억 달러가 났는지 말하라”고 소리쳤다. 시위대는 술레이만 부통령이 시위 종결을 촉구하며 쿠데타 가능성을 거론한 데 대해 “계엄령을 선포하겠다는 위협”이라고 맞섰다. 시위대 지도자 압둘-라흐만 사미르는 “무바라크 사퇴 시까지 대화를 중단하고 시위와 파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아흐메드 아불 가이트 외무장관은 “혼란이 빚어진다면 군대가 국가를 통제하기 위해 개입할 것”이라며 “이는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악화할 수 있다”고 무력 진압을 경고해 광장에는 일촉즉발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ㆍ이집트 지도부 신경전 격화=술레이만 부통령 주도의 ‘점진적 개혁’이 야권은 물론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게 되자 미국과 이집트 지도부 사이의 갈등도 심화되는 양상이다. 가이트 이집트 외무 장관은 미 국영방송 PBS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이집트에 자신들의 의지를 강요하고 있다”며 정치 개혁 이행을 압박하는 미국을 향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가이트 외무 장관은 즉각적인 계엄 해제를 포함한 조 바이든 미 부통령의 요구 사항에 대해서 “조금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이 인터뷰가 방송된 직후 로버트 기브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집트 정부는 국민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개혁 요구조건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면서 “변화가 있을 때까지 대규모 시위는 계속될 것”이라고 맞받았다.

한편, 미 행정부는 무바라크 대통령이 즉각적인 정치개혁을 이행하지 않으면 이집트 원조를 재검토 하겠다고 밝혔으나 미 의회 내에서는 원조를 계속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가 이날 보도했다. 국방부와 친(親)이스라엘 압력집단이 군사부문에 집중되는 연간 15억달러의 원조를 강력히 촉구한 데 따른 것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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