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동결 이후 주식시장 어디로
‘데드크로스’ 기술적 부담프로그램 매물도 발목
국제원자재값 상승 수혜
유화·車 그나마 선전 예상
11일 한국은행이 예상대로 금리동결을 선언하면서 코스피가 나흘 만에 반등하고 있다. 채권시장도 금리인상 가능성에 따라 선반영했던 금리상승세가 누그러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여전히 물가불안 우려가 크고, 다음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금리인상 시기가 늦춰졌을 뿐 상승으로의 방향성에는 변화가 없고, 기술적 부담과 외국인 매도, 프로그램 불안 그리고 기업실적 개선세 둔화 등까지 합친 5대 증시 불안요인은 당분간 증시를 계속 짓누를 전망이다.
가장 최근 불거진 불안요인은 기술적 부담이다. 10일 무너진 중기추세선(60일선)이 11일에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단기추세선이 중기추세선을 하향하는 데드크로스(dead cross)는 단기 하락추세를 나타내는 신호로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이다. 중기추세선이 무너진 만큼 다음 지지선은 장기추세선(120일선)인 1950선이다. 지난해 5월 유럽 재정위기로 데드크로스가 나타났을 때도 코스피는 120일선은 물론 200일선까지 무너진 후 보름이 지나서야 60일선을 회복했다. 김정훈 한국증권 연구원도 “고점 대비 10%가량 조정폭은 염두에 둬야 한다”며 1900선 중반까지 시장이 밀릴 가능성을 열어뒀다.
2009년 3월 이후 외국인의 추세적 매수세가 유입된 이후 양대 세력인 북미계와 유럽계 자금이 모두 순매도를 보인 달은 한 차례도 없었다.▶그래프 참조
하지만 10일까지 최근 6거래일간 외국계 증권사 국적별로 순매수 현황을 조사한 결과, 북미계와 유럽계 모두 큰 폭의 순매도를 보였다. 골드만삭스 등 5개 미국계 증권사는 5553억원, 크레디트스위스 등 9개 유럽계 증권사는 7924억원의 순매도 주문을 냈다. 2009년11월 이후 14개월 동안 줄곧 순매수를 유지해온 북미계 자금이 이달 15개월 만에 순매도로 돌아설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밖에 금리인상에 따른 외국인 이탈이 가속화될 프로그램시장도 불안하다. 인덱스펀드의 현물비중 축소와 함께 코스피 대표주의 ‘묶음 쇼핑’ 채널이던 비차익프로그램 시장에서 외국인의 이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승제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도 하락 베팅 중이며, 옵션만기일이 지났지만 비차익을 중심으로 한 매도세는 지속시킬 가능성이 높다. 리스크 관리를 염두에 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기업실적도 문제다. 1분기 실적이 나쁘지는 않겠지만, 이익이 눈에 띄게 개선되는 업종도 크게 줄었다.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다음달 말 시작될 1분기 어닝시즌은 기대치 충족 여부를 확인하는 정도일 뿐 큰 모멘텀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홍기석 삼성운용 팀장은 “원자재가격 상승 수혜가 큰 석유화학업종을 제외하면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대할 만한 업종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자동차가 견조한 이익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홍길용 기자/ 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