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작곡 실력은 타고났지만 너무 촌스러운 순정파 삼동(김수현), 외모 음악성 모두 훌륭하지만 까칠한 성격의 혜미(수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표절과 동료 괴롭히기의 편법을 서슴지 않는 백희(함은정), 뛰어난 가창력을 지녔고 외유내강형이지만 너무 뚱뚱한 필숙(아이유), 스타가 되기 위한 재능은 충분하나 아버지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는 진국(택연), 노래와 춤이 완벽하지만 인간적 매력을 느끼기 힘든 제이슨(우영).
이들은 때로는 넘어지고 좌절하기도 하지만 희망과 도전을 멈추지 않고 약점을 극복해 나가고 있다. “열심히 하는 놈 필요없어. 되는 놈 필요해”라는 탑기획사 사장의 말은 이들이 맞닥뜨린 극복과제의 특수성을 잘 보여준다.
‘드림하이’의 백상훈 프로듀서는 “‘드림하이’는 뮤직뱅크가 아니다”면서 “노래를 부를 때 이들이 놓인 상황, 노래를 부르면서 어떤 감정을 표현할까에 더 많은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음악과 춤이 주는 감성적 측면보다는 드라마의 서사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혜미가 성장하는 순간의 효과는 기대만큼 크게 나타나지는 않았다.
백희에게 “친구보다 더 귀한 건 경쟁자다”고 말하는 시경진 교사(이윤지)와 “빨리 가려는 사람보다 천천히 많은 걸 보는 사람이 더 많이 성장한다”고 말하는 강오혁 교사(엄기준) 중 어느 입장을 드라마가 강조하는지는 시청자 모두 다 알고 있다.
어차피 성장 드라마로서의 ‘드림하이’ 스토리는 상투성을 벗어나기가 어렵다. 초반에는 혜미를 사이에 둔 진국-삼동 두 남자의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후반 들어 필숙과 제이슨 라인의 이야기도 비중이 높아졌지만 꿈을 좇는 10대들의 열정을 보여주는 성장드라마라는 점은 똑같다. 혜미는 스타가 되기 위해 필요한 인간적 매력이 무엇인지 발견할 것이며, 백희는 자신의 비뚤어진 경쟁심을 반성할 것이다.
이들이 각자 어떻게 성공해 나갈지를 알려주는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다. 노력해가는 과정의 디테일이 더 중요하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기린예고 아이들의 삶과 일상을 더 파고드는 일이 과제다.
그래서 꿈조차 꾸기 힘들 정도로 억압 속에 사는 일반 청소년의 버거운 삶에 이들의 성장 스토리가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도 궁금하다. 새장에 갖힌 이들의 삶에 판타지보다는 현실적인 공감의 의미로 다가갔으면 한다. 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