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개헌 논의를 위한 특별기구를 어디에 둘지를 놓고 매듭을 풀지 못하면서 안팎에선 장기표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8일부터 2월 임시국회가 열리고 곧바로 4ㆍ27 재보선으로 정국의 시선이 쏠리게 되는 만큼 재보선 뒤에나 논의의 가닥이 잡히지 않겠느냐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당장 구제역 사태와 물가 전세대란 등 흉흉한 민심을 달래야 하는 정국상황도 여당 입장에선 외면할 처지가 아니다.
당초엔 최고위원회 산하에서 위상과 권한을 부여한 실질적 기구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홍준표 최고위원 등 다수가 당내 이해관계와 정치세력간 조정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손사래를 치면서 개헌은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14일 최고위에서 물밑 합의에 실패한 뒤 16일까지 사흘째 홍 최고위원을 제외한 지도부는 공개석상에서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특별기구가 어디로 가느냐는 개헌의 위상이나 운명과도 직결된 문제다. 친이계의 한 의원은 “마지막까지 매듭을 풀지 못하면 원내대표 산하보다도 한 단계 더 낮은 정책위 산하에 두는 쪽으로 결론이 나고, 결국 이 장관의 개헌론에 지도부가 내용없이 생색내기용 결론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개헌 특별기구 위상을 둘러싼 논란은 한나라당내 친이계 주류가 처한 위기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재오 특임장관과 친이계 주류는 당내 비주류와 야당의 반발에도 군불 때기로 개헌의총을 강행했다. 하지만 아무런 성과물도 내놓지 못했고, 강경파를 제외한 친이계 다수도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나마 논의의 불씨를 이어가기 위한 자구책 성격으로 탄생한 것이 개헌 논의를 위한 특별기구였다.
이 장관도 개헌발언의 수위를 조절하는 등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표면적으론 올 연말까지 개헌논의가 마무리되면 된다는 입장을 정했지만, 당장 친박계와 파열음이 커지고 싸늘한 여론도 부담이 됐다는 분석이다.
개헌론의 운명은 정국상황과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재보선에서 승리하더라도 중반기부터 물가불안 가중 등 민생문제가 급하게 되면 동력을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형준 기자 @cerju2> cerju@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