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아이돌 스타들이 출연해 다채롭게 펼치는 노래와 춤, 퍼포먼스, 배틀 등은 음악 드라마로서의 덤이다. 일본 수학여행에서 보여준 댄스배틀은 그 백미라 하겠다.
아이들은 재능과 끼를 지녔지만 저마다 스타가 되는 데 걸림돌이라 할 수 있는 약점도 한두 가지씩 지니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들은 ‘루저’나 ‘미운오래새끼’에서 ‘백조’로 변화하는 과정에 있다.
노래, 작곡 실력은 타고났지만 너무 촌스러운 순정파 삼동(김수현)은 상대음감을 익혀 청력감퇴와 이명 현상을 극복한다.
이제 학생들은 거의 다 성장했다. 반칙과 편법을 일삼던 악역 백희도 라이벌인 혜미에게 반성의 눈물을 흘렸다. 백희는 가장 먼저 데뷔해 스타의 길에 올랐다가 기획사 사장을 폭행한 사건으로 내려앉은 진국의 폭행 이유가 자신때문이었다고 고백했다.
주인공인 혜미 역의 수지는 드라마 초반 감정을 실지 않은 연기로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지만 연기 자체도 서서히 성장하고 있다. 혜미는 정확히 드라마 중간에 해당하는 8회 때 크게 성장한다. 혜미는 “너 진짜 최악이었구나”라고 스스로 물은 뒤 “난 내가 캔디인 줄 알았는데 이라이저였다는 걸 알았어”라며 “(뚱뚱하던) 필숙이도 예쁘다. 주인공 같아. 내가 왜 그걸 몰랐을까”라고 반성한다.
‘드림하이’의 백상훈 프로듀서는 “‘드림하이’는 뮤직뱅크가 아니다”면서 “노래를 부를 때 이들이 놓인 상황, 노래를 부르면서 어떤 감정을 표현할까에 더 많은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음악과 춤이 주는 감성적 측면보다는 드라마의 서사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혜미가 성장하는 순간의 효과는 기대만큼 크게 나타나지는 않았다.
어차피 성장 드라마로서의 ‘드림하이’ 스토리는 상투성을 벗어나기가 어렵다. 초반에는 혜미를 사이에 둔 진국-삼동 두 남자의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후반 들어 필숙과 제이슨 라인의 이야기도 비중이 높아졌지만 꿈을 좇는 10대들의 열정을 보여주는 성장드라마라는 점은 똑같다. 러브라인의 향방도 별로 궁금할 게 없다.
첫회에서 2018 그래미 어워즈에 진출한 기린예고 출신 가수 K의 존재가 누구일까 하는 궁금증이 마지막까지 나오고 있다. 사실 K가 누가 되건, 이들이 각자 어떻게 성공해 나갈지를 알려주는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다. 노력해가는 과정의 디테일이 더 중요하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기린예고 아이들의 삶과 일상을 더 파고드는 일이 과제다.
그래서 꿈조차 꾸기 힘들 정도로 억압 속에 사는 일반 청소년의 버거운 삶에 이들의 성장 스토리가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도 궁금하다. 새장에 갖힌 이들의 삶에 판타지보다는 현실적인 공감의 의미로 다가갔으면 한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