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비즈니스 벨트 언급
개헌 주장과 관계있어
친이-선진당 연대 막을
친박계 사전포석 분석
박근혜 전 대표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박 전 대표는 16일 오후 국회에서 과학비즈니스벨트 문제에 대해 언급하며, “대통령이 약속하신 것인데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하면 그에 대한 책임도 대통령이 지겠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좌담회에서 이 문제를 거론한 지 무려 15일 만에 입을 연 것이다.
충청권은 그동안 박 전 대표의 입만 바라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 왜 15일간이나 침묵을 지켰을까? 그 이유는 이럴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과거 세종시 문제로 이명박 대통령과 맞섰을 당시를 기억할 수 있다. 당시 세종시 문제 덕분에, 박 전 대표는 원칙과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았을지 모르지만, 실제 지지율은 하락했었다. 즉, 이명박 대통령과 대립했을 때, 박 전 대표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동반 하락했었다는 말이다. 이런 학습 효과 때문에, 아마 이 대통령과의 갈등을 피하려 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왜 지지율 감소를 각오하면서, 사실상 이명박 대통령을 지금 비난하고 나섰을까? 모르긴 몰라도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 내 친이계의 개헌 주장과 관계가 있을 수 있다. 친이계가 권력분산형 개헌을 주장하며 연방제 개헌을 주장하는 자유선진당과 연대할 가능성이 있을 뿐 아니라, 자유선진당은 국민중심연합과 재결합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에, 4년 중임제 개헌을 주장하는 박 전 대표 측은 고립될 가능성이 있었다. 즉, 뚜렷한 대항마가 없는 친이계와, 역시 다음 번 대선에서 집권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자유선진당이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점을 공유하며 권력분산형 개헌을 명분으로 보수 대연합을 추진하게 된다면, 박 전 대표 측은 고립될 가능성이 농후했었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보수 대연합이라는 거대한 틀 속에서 친이계는 새로운 대항마를 만들 수 있고, 자유선진당은 권력 분산을 명분으로 차기 정권의 지분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한나라당 친이계와 자유선진당의 연대를 방해하는 요소가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과학비즈니스벨트 문제였다. 이 문제의 해결 없이 충청권이 기반인 자유선진당이 친이계와 연대한다면 자살 행위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일 친이계가 먼저 과학비즈니스벨트의 충청권 유치를 들고 나온다면 자유선진당의 입장에선 개헌을 연결고리로 한나라당 내 친이계와 연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데, 이렇게 되면 박 전 대표의 입지는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박 전 대표가 먼저 과학비즈니스벨트 문제를 거론하며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시하면 충청권의 여론이 박근혜 전 대표 측에 유리하게 돌아갈 수밖에 없고, 그런 상황은 자유선진당과 친이계의 연대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박 전 대표는 세종시 문제와 과학비즈니스벨트 문제를 해결함으로서 충청권의 절대적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함과 동시에, 자유선진당과 한나라당 친이계 사이의 연대를 힘들게 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과 다시금 불편한 관계가 됐음은 분명하다. 이런 관계가 박 전 대표와 이 대통령의 앞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