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예산안 강행처리 여파로 파행을 거듭해온 국회가 18일 정상화됐지만 앞길은 험난해 보인다. 전국민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는 구제역에서부터 전세난, 고물가, 일자리 대책 등 밀린 숙제가 많은 데다, 4ㆍ27 재보선을 앞두고 여야 및 정파간의 기싸움이 불가피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첫날부터 여야 신경전도 치열했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밀린 법안들을 신속히 처리하고 민생현안과 구제역 관련 종합대책, 물가고와 전월세 급등의 정부 대책도 깊이 있게 살펴보겠다”며 “민생에 포커스를 맞추겠다”고 말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도 “물가와 구제역 등의 (민생의)아픔을 치유를 위해 활발히 토론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회가 현안들을 시급히 처리해야 한다는 여론도 비등하고 있다. 이에 여야는 16개 상임위 대신 특위에서 주요 민생법안을 원스톱 처리해 급한 불부터 끄기로 했다. 민생 대란에 국회가 손놓고 있다는 따가운 시선을 외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국회는 개원 첫날인 18일 오후 열린 본회의에서는 여야 합의에 따라 민생대책특위, 남북관계발전특위, 정치개혁특위, 연금제도개선특위, 공항ㆍ발전소ㆍ액화천연가스 주변 대책특위 등 5개 특위 구성안을 의결했다.
굵직한 쟁점법안도 수두룩하다. 북한인권법, 농협법, 집회.시위법, 이슬람채권법, 미디어렙 관련법안을 비롯해 한ㆍEU(유럽연합)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 처리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하지만 이견이 커 곳곳이 지뢰밭이다.
지역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각종 국책사업의 해법 모색도 과제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ㆍ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문제를 비롯해 LH(한국토지주택공사)공사의 부채난 해소를 위한 지역별 구조조정 대상 선정작업이 숨은 뇌관이다.
벌써 여야 의원들이 해당 지역 사업 축소 가능성에 들끓고 있다. 지난해 연말 직권상정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난 친수구역활용특별법 등 후속대책 법안도 이번에 다시 칼을 대기로 했다.
다른 볼거리는 국회 제도개선안의 회기 내 처리 여부다. 국회의장 직권상정 권한 제한 및 국회 폭력방지 대책 등 국회 제도개선안이 마련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폭력방지를 위한 처벌강화와 법안 자동상정제도에 무게를 뒀다. 여당입장에서 방어선 구축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방해)제도 도입과 법안 강행처리를 막기 위한 직권상정제도 폐지가 더 관심이다. 시각차가 커 변죽만 울릴 가능성도 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 이어 ▷교섭단체 대표연설(21, 22일) ▷이상훈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23일) ▷대정부질문 (24일부터 3월2일까지 공휴일을 제외한 나흘간) 순으로 숨가쁘게 돌아갈 전망이다. 또 나머지 법안 처리를 위해 다음달 12일까지 일주일여간 임시국회를 한차례 더 열기로 했다.
<심형준 기자 @cerju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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