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롭고 우아한 일성급 호텔 레스토랑의 문을 열고 들어서니 하나 하나 신경쓴 것이 보인다. 걸음마다 밟고 딛는 바닥은 속이라도 훤히 들여다보일 것 같은 매끈한 대리석이었다. 이것은 반짝이는 배우들이었다. 스크린에서나 볼 수 있는 배우 정우성이 브라운관으로 돌아왔고, 차승원과 수애 이지아 등 내로라하는 별들이 이 안에서 춤을 췄다. 보기에만도 벅찬 톱배우들의 향연이었다.
천장과 바닥을 떠받들고 있는 기둥에서 2000년대 초반의 붉은 원목들을 상상한다면 곤란하다. 우아한 스틸이거나 투명한 크리스탈이면 색다른 감각을 뽐낼 수 있다. 화려할 수 있는 모든 끝을 보여준다. '아테나'가 배경으로 했던 전세계 도시들의 풍광이 그랬다. 첫회의 이탈리아, 고풍스러운 건물들 사이로 펼쳐낸 차량 추격신은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문득 천장을 올려다보니 한 눈에 봐도 값비싼 샹들리에가 눈에 띈다. ’사회지도층’ 김주원(‘시크릿가든’)의 감각 못지 않았다. 시청자들의 보는 눈을 충족시켜준 것은 샹들리에처럼 빛나는 '카메오 군단'이었다. 화이트 수트를 입고 등장한 '액션 히어로' 추성훈을 시작으로 ‘아시아의 별’ 보아와 ‘빛나는 아이돌’ 샤이니, 동방신기의 최강창민이 카메오로 등장했다. 역시 가장 기대됐던 등장은 김소연이었다. 김소연의 등장은 ‘아테나’라는 드라마의 정체성을 다시금 확인해주는 순간이었다. ‘아이리스’의 스핀오프 드라마로 시작한 ‘아테나’, 당시 현준(이병헌) 죽음의 중심에 섰던 김소연이니 이에 대해선 더 말할 것도 없다. 짧은 출연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간 김소연은 이 화려한 레스토랑에서 가장 빛나는 샹들리에였다.
그럼에도 진정한 레스토랑의 가치는 숨은 장소에서 마무리된다. 하나부터 열까지 눈을 뗄 수 없게 꾸며진 레스토랑 실내가 본편이라면 그 안의 화장실은 그 화려함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예고편이다. 이 화려한 드라마에 묻어나는 박효신과 보아, 장재인과 슈프림팀 등 내로라하는 가수들의 목소리가 그것이다. 보는 드라마를 통해 전달된 청각의 감성은 뮤직비디오에 가까웠다.
자리로 돌아와 음식을 기다리면 기대했던 음식들이 차례대로 등장해 후각을 자극하고 미각을 유혹한다. 이 레스토랑의 코스 요리를 종합하면 배우들의 그림같은 액션신이 연결된다. 1회부터 최종회까지 ‘아테나’가 한결같이 보여준 영상은 훌륭했다. 특히 액션신이 그랬다. 충만한 비주얼의 정우성과 차승원이 누군가를 쫓아 달리고 또 달릴 때 보는 것만으로도 흡족할 수 있었다. 우아했던 수애가 자꾸만 하늘을 날아오를 때 우리는 이미 ‘니킥수애’라는 별명을 선사했다. 첫 회에서부터 그랬다. ‘작열하는 태양의 섬’ 하와이에서 구리빛 피부로 날아오른 '드레수애'는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 음식들은 역시 보기에 좋았고 가짓수도 많았으나, 식사를 마치니 그에 비한 허전한 뒷맛은 숨길 수가 없다. 손혁(차승원)과 재희(이지아)는 마지막을 맞았고 살아남은 혜인(수애)과 정우(정우성)는 다시 만났다. ‘첩보드라마’라는 타이틀을 명심하는 것이 맞았으나 화려한 볼거리들에 비해 줄기는 빈약했다. 시청자들은 아직도 ‘아테나’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품는다. 사랑하고 재회하고 추격하고 살인하는 장면의 영상은 훌륭했으나 알맹이는 아리송하다. 혜인과 정우가 나눈 사랑의 감정을 이해하는 데에 ‘아테나’가 보여준 표현 방식은 빈약했음에도 드라마는 멜로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손혁이 NTS를 습격하고 추격하는 일련의 과정에 대한 명확한 이유들은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있다. 화려한 배우와 볼거리로 미끼를 던지는 데에는 훌륭했으나 걸려든 고기들은 다 잡아놓고도 주워담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이렇게 달려온 ‘아테나’는 월화 안방에서 2위 자리를 간신히 지킨 채 종영했다. 첫 방송에서 22.8%(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수치로 시작하며 많은 기대를 모았던 것이 사실이나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한 시청률은 경쟁작들과 숫자를 나눠가지며 13.3%의 전국 시청률로 마침표를 찍었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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