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냄새 나는 돈으로 법조계 최고 엘리트로 키워진 도현(장혁)과 평범한 집의 딸로 바르고 맑게 성장한 간호사 정연(이민정)은 6년간 한결같은 사랑을 키워왔지만, 어느 순간 맞닥뜨리게 된 또 다른 운명적 만남 앞에 참 쉽게도 놓여지게 됐다. 그 거센 풍랑은 두 사람을 비극으로도 희극으로도 이끌 수 있다. 두 사람의 운명은 또 ‘어떤 운명’으로 나아가게 될까.
‘마이더스’가 마침내 첫 테이프를 끊었다. 22일 방송된 ‘마이더스’는 최완규 작가가 집필하고 김희애 장혁 이민정 노민우 천호진이 출연하는 기대작이었다. 보여주려는 것이 분명한 이 드라마에 연기라면 두 말이 필요없는 배우들이 줄줄이 등장하니 기대감은 클 수밖에 없었다.
매력적인 배우들이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직업군도 다양하다. 로펌 변호사, 종합병원 간호사, 헤지 펀드의 대표가 이 드라마의 핵심 직업군이다. ‘마이더스’에서 등장인물의 직업들이 중요한 것은 이것이 곧 인물의 캐릭터가 되고 스토리의 줄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들의 직업, 어쩐지 ‘돈 냄새’가 난다. 만지는 모든 것을 황금으로 변하게 했던 그리스 신화 속의 왕 미다스와 맞닿은 제목답다.
이제 운명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1회 방송분에서는 사법연수원 성적 상위 1%의 천재 도현과 그의 천사같은 연인 정연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갔다. 두 사람의 평화로운 일상과 달콤한 미래의 이야기가 그들의 직장에서 벌어지는 긴박한 상황들과 맞물렸음에도 연인은 평화로워보였다. 드라마의 60분이 다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여기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도현의 정체성이다. 도현은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홀어머니와 성장했다. 어린 시절 도현은 밝았으며 공부도 잘했다. 하지만 소년은 가난과 함께 성장했다. 밥 한 끼 건사하기 힘든 가난은 아닐지라도 소년에게 돈이란 “어머니의 생선냄새나는 그것”이 전부였다. 일찍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남긴 돈은 고작 500만원, 유명 백화점 명품숍에 가면 그럴싸한 백 하나를 들고 나올 가격밖에 되지 않는다.
그 돈은 도현의 손에 의해 4년치 대학 등록금으로 불려진다. 도현이 아무리 사법연수원 상위 1%의 성적을 지녔다해도 피할 수 없는 풍랑을 온 몸으로 맞아야 할 수 밖에 없던 이유가 바로 여기 있는 것이다. 그는 ‘미다스의 손(Midas touch)’이 될 수 있을까.
그런 도현 앞에 나타난 사람은 바로 대한민국 최고의 갑부로 상징되는 이 여자 유인혜(김희애)다. 수천억원을 움직이는 거대 헤지 펀드의 대표, 수천만 달러의 연봉, 대학생이 가장 담고 싶은 기업인, 사법연수생 김도현의 철저한 분석에 한 권의 리포트로 만들어진 여성이다. 도현의 옆에서 살아 움직이는 ’미다스의 손’이다.
두 사람의 만남은 운명적이었다. 도현에게 인혜는 애초에 관심 대상이기는 했으나 그가 하게 될 일은 이제 유인혜라는 인물 안으로 들어가 그를 위해 재산을 지키고 가문을 유지하는 것이다. 유인혜라는 권력과 부의 욕망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김도현, 김도현과 ’또 다른 운명’에 휘말리게 되는 유인혜. 이 두 사람의 극적인 만남을 마지막으로 드라마는 첫 회를 끝냈다.
기대만큼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첫 회 이후 드라마에서는 ‘대박 조짐이 보인다’는 예측이잇따르고 있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말할 것이 없다. “김희애의 카리스마와 장혁의 변신, 이민정의 물 오른 연기력이 기대된다”, “긴박한 상황에 적절히 가미된 사운드의 음악들은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이후 더 많은 전개가 진행될 상황을 압축한 1회는 기대 이상이었다”는 평가였다.
이날 ‘마이더스’는 11.5%(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전국시청률을 기록, 월화 안방 세 번째 주자로 첫 포문을 열었다. 기대감은 이제 내주 2회 방송분으로 미뤄진다. 본격적인 운명의 풍랑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세 사람의 모습이 또 다른 관계들에서 각자의 길을 가게 된다. 드라마는 천천히 보여줄 것이다. 과연 누가 ‘미다스의 손’이 될 것인지.
<고승희 기자 @seunghe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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