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신. 대중음악계 파란 2년차 인디밴드
‘새로운 현상’이라고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다.윤철종(29ㆍ기타), 권정열(28ㆍ보컬)로 이뤄진 2년차 인디밴드 10cm(십센치)가 인디신은 물론이고 대중음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들의 첫 정규 음반 ‘1.0’은 초도 1만장이 하루 만에 모두 팔려나갔는가 하면, 수록곡 전곡이 온라인 음악차트 100위권에 모두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심지어 타이틀곡인 ‘그게 아니고’는 음원차트 상위권에 오르며 아이돌 스타들과 경쟁 중이다. 또 지난 12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가진 700석 규모의 단독 콘서트는 예매를 시작한 지 10분 만에 티켓이 매진됐다.
10cm는 지난 2009년 열풍을 일으킨 인디밴드 ‘장기하와 얼굴들’과 비교되곤 한다.
“장기하 선배님과 비교해주시니 기분 좋습니다. 하지만 ‘제2의’라고 하기엔 음악적인 지향점이 조금 다르죠.”(윤철종)
10cm의 음악은 매우 단조롭다. 2인 밴드의 단조로운 악기 구성 때문이기도 하고 소박하고 일상적인 가사 때문이기도 하다. 디지털과 전자음, 후크송에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이들의 음악은 휴식 같은 존재로 다가온다.
“대중은 웰메이드 사운드에 질려 있을 법하죠. 지금 대중음악이 획일화되고 한쪽으로만 쏠려 있잖아요. 우린 그냥 우리 식으로 음악을 해온 건데 반응이 뜨겁더라고요. 사실 저희도 기회가 된다면 그런 음악들도 해보고 싶은 걸요.(웃음)”(권정열)
웰메이드 사운드에 대중들 식상…하지만 그런 음악 해보고 싶어…
“아날로그 사운드에 목말라 있는 건 분명한 것 같아요. 요즘 홍대신 분위기도 그런 것 같고. 결국 이것도 하나의 트렌드이고 결국 사그라지겠죠. 10cm도 계속 이런 트렌드에 갇혀 있고 싶진 않아요.”(윤철종)
고교 1년 선후배 사이인 윤철종과 권정열은 ‘10cm’를 결성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고교시절부터 밴드를 통해 연을 이어온 두 사람은 고향인 경북 구미에서 ‘해령’이라는 밴드로 다시 만나 활동했다. 시간이 아깝다는 이유로 군대도 동반입대해 군복무 중에도 밴드 활동을 이어왔다는 두 사람은 해령이 해체된 후 결국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지난 2008년 무일푼으로 상경했다.
“무작정 서울로 왔어요. 연고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었어요. 홍대가 그래도 저희 같은 음악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니까 그곳에 일단 둥지를 틀었는데 살 길이 막막하더라고요.”(윤철종)
팀이름 ‘10cm’ 는 키 차이…첫 공연·EP앨범 큰 호응
두 사람은 텔레마케터부터 한여름 인형탈을 쓰고 전단지를 나눠주는 일까지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돈을 벌었다. 이후에는 인사동이나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거리 공연을 통해 돈도 제법 모았다. 10cm란 이름도 이 시기 탄생했다.
“밴드를 구성해보려고 팀원을 모집했는데 잘 안 되더라고요. 그냥 그렇게 2인조가 됐어요. 겨울엔 추우니까 거리 공연이 힘들거든요. 작은 클럽이라도 가서 공연을 하려면 오디션을 봐야 했는데 팀 이름이 필요하다고 하대요. 그래서 오디션 전날 지은 이름이에요. 그냥 두 사람 키 차이가 10cm가 나니까 ‘10cm’라고 짓자고 한 거예요.”(권정열)
대충 짓고, 그냥 돈이 필요해 해본 공연은 의외로 반응이 뜨거웠다. 이들은 점차 홍대에서 이름을 알려나갔고, 집에서 얼렁뚱땅 ‘가내 수공업’으로 녹음해서 지난해 3월 완성한 첫 번째 EP 앨범은 정식 유통 과정도 없이 길거리 판매로만 3000장이 넘게 팔렸다.
“지금 생각하면 어디 내놓기 민망한 음반이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어요. 또 컴필레이션 앨범 ‘Life’에 수록된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와 디지털 싱글 ‘아메리카노’가 온라인 음원 수익이 짭짤했거든요. 그래서 정규음반 낼 기회를 얻었어요.”(권정열)
두 사람은 거의 대부분의 곡을 함께 작사, 작곡하는 편이다. 모호한 세계관보다는 살고 있는 현실에 충실한 노랫말을 만든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런 것들이 모두 자신들 노래의 소재가 된다.
최근 음악차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곡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는 실제로 홍대 주변 아지트처럼 지내고 있다는 ‘은하수 다방’이 모델이 됐다고.
홍대주변서 1년 넘게 월 1회 공연…첫 번째 꿈은 전국투어
이들은 매달 마지막 주 일요일 매번 장소를 바꿔 정기 공연을 홍대 주변에서 열고 있다. 일명 ‘언아더 플레이스’ 콘서트다. “우주히피란 팀과 1년 넘게 매달 공연을 해오고 있어요. 장소가 매번 달라져서 ‘언아더 플레이스’라고 지었는데, 오히려 재밌는 것 같아요. 영어학원 세미나실에서도 해봤고, 쌀국수집에서 ‘디너쇼 형식’으로 공연도 해봤는데 기억에 아직도 많이 남습니다.”
‘10cm’에겐 소박한 꿈이 아직 남아 있다. 단독 공연도 해봤으니, 앞으로 지방을 돌며 투어를 해보는 게 첫 번째 목표라면 궁극적으로는 ‘굵고 길게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밴드로 남는 것’이다.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홍동희 기자/mysta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