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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루 국교단절·佛 교역중단 강경 조치…카다피 ‘사면초가’
EU 추가제재 적극 검토…美 무력사용 가능성도

제3도시 미수라타 시위대 손에…카다피 딸 도피설


리비아 사태가 유혈 폭력 양상으로 비화하면서 무아마르 카다피 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 강도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각국은 리비아 정부의 시위대에 대한 무력 사용 중단을 촉구하는 한편, 교역 중단, 국교 단절 등 구체적인 제재 조치를 통한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오바마, 모든 조치 취할 것=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리비아 사태가 발생한 뒤 처음으로 23일 백악관 연설을 통해 제재에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 이날 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향후 조치에 대해 동맹국과 국제사회에 공조하고 있다고 밝혀, 이미 상당 부분 주요 국가와 리비아 제재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28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스위스 제네바로 보낼 것이라고 말해, 조만간 국제 공조를 통한 제재 방안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무부는 일단 카다피 자산 동결 등의 조치를 검토하고, 다른 나라와 경제적 제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카다피 정권의 시위대 진압이 지속될 경우 무력을 사용하게 될지도 관심사다. 영국은 이미 자국민의 리비아 탈출을 위해 군용기를 파견하겠다는 뜻을 밝힌 점도 주목된다.

▶사르코지, 모든 경제관계 중단=유럽연합(EU)은 “민간인에 대한 잔인한 진압과 폭력에 책임이 있는 자들은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캐서린 애슈턴 EU 외교ㆍ안보 고위정책 대표는 이날 EU 주재 각국 대사들이 참석한 회의를 주재한 뒤 내놓은 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리비아 정권에 대한 구체적인 제재 방안이 도출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애슈턴 대표는 EU는 EUㆍ리비아 협력 협정 체결 논의 거부를 넘어서는 “추가의 제재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앞서 EU는 리비아와의 무기 거래를 중단했다.

이날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유럽 각국에 리비아와의 모든 경제관계를 중단하고 제재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폭력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독일은 제재를 포함해 리비아에 대한 모든 방법의 압력과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EU에)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루 정부는 리비아 시위대에 대한 유혈 진압에 항의하는 뜻에서 리비아와의 외교관계를 단절했다고 밝혔다. 리비아에서 민주화 시위가 벌어진 이후 외교관계를 끊은 나라는 페루가 처음이다. 알란 가르시아 페루 대통령은 리비아 정부가 시위 진압에 전투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할 것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반기문, 잔혹 행위 책임자 처벌=주요 국제기구의 리비아 정부에 대한 비판 또한 강화됐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무고한 사람들의 피를 뿌리게 한 잔혹 행위의 책임자는 반드시 처벌돼야 한다”면서 “민간인 시위대에 대한 공격 행위는 심각한 국제인권법 위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카다피의 국제형법상 책임을 공식 언급한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전날 리비아 사태에 대한 긴급 협의를 한 뒤 15개 이사국이 모두 동의한 언론 발표문에서 카다피 정부의 강경 진압을 규탄했다. 안보리는 국민의 합법적인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리비아 정부에 촉구했다. 아랍연맹(AL)은 성명에서 리비아가 반정부 시위대의 요구에 응할 때까지 리비아의 회의 참석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각국은 리비아에 고립된 자국민 구출을 위해 총력을 동원하고 있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 리비아에 있는 영국인들을 구출하기 위해 “모든 방안을 설정해놓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며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앞서 헤이그 장관은 이를 위해 리비아 당국의 허가 없이도 군용기 파견 방안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 영국 관리는 프리깃함 ‘컴버랜드’호가 이날 밤 리비아 해역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프랑스는 전날 자국민 750명의 본국 송환 작업을 시작했으며, 독일도 공군과 루프트한자 항공기를 동원해 350명의 자국민을 귀국시켰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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