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순과 전직 사장간 격돌구도
엄기영 전 MBC 사장<사진>이 2일 강원도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엄 전 사장은 이날 오전 한나라당 강원도당 사무실에 입당 서류를 접수한 뒤,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어 4ㆍ27 강원도지사 보궐선거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51년 평창 출생으로 춘천고와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MBC에 입사, 2008년 3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MBC 사장을 지냈다. 연말부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부위원으로 유치활동을 벌여왔다.
그는 출마선언문을 통해 “강원도민을 위해 당당하게 당내 경선과 본선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일에는 춘천 강원일보사 앞에서 열린 3ㆍ1절 기념 단축 마라톤에 참가해 공식 데뷔전에 앞서 도민들에게 인사를 했다.
이에 따라 강원도지사 선거는 이미 출마선언을 한 최문순 민주당 전 의원과 함께 전직 MBC 사장 간 대결 구도로 사실상 윤곽이 잡혔다. 물론 두 사람 다 당내 경선 통과라는 절차가 남아 있다. 엄 전 사장은 곧바로 원주에 후보 사무실을 열기로 했다. 이광재 전 지사 동정론의 진원지부터 바람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엄 전 사장의 강점인 높은 인지도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6ㆍ2 지방선거에서 도지사를 빼앗긴 악몽이 재연될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연말 예산안 강행처리 과정에서 강원 홀대론이 크게 부각된 데다 새해 들어서도 구제역 사태 등에 민심이 좋지 않다는 점도 바탕이 됐다.
민주당도 권오규 경제부총리 카드가 무산된 이후 극심한 인물난을 겪어와 최 전 의원이 구원투수로 활약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재보선은 정권 심판론이라는 큰바람이 불지 않는 한 젊은 층 결집이 어렵다는 점에서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
정치평론가인 고성국 정치학 박사는 “춘천고 출신 두 후보가 나서면 전통적인 영동ㆍ영서 대결구도가 깨지게 됐다”며 “영동이 캐스팅 보트를 쥘 것으로 보이는 만큼 막판까지 인물 대결 사이에서 양쪽의 힘겨운 싸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영동은 송훈석(속초ㆍ고성ㆍ양양), 최연희(동해ㆍ삼척) 무소속 의원이 당선된 지역으로 민심이 어디에 힘을 실어줄지도 새 변수로 관심사다.
심형준 기자/cerju@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