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FM ‘대한민국 영어본부’ 진행 박수홍
초·중급 눈높이에서 편안하게 학습요리 전문MC·웨딩 사업까지 활발
“지난 연말 ‘새해엔 꼭 영어를 배우고 싶다’고 기도했어요. 이튿날 오랜만에 영어책도 샀는데, 정말 우연히 진행 제의가 온 겁니다.”
EBS-FM ‘생방송 박수홍<사진>과 함께하는 대한민국 영어본부’의 새 진행자 박수홍은 “얼마나 영어를 잘하기에”라는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고등학교 졸업한 지 20년이 넘었고, 외국 나가면 왠지 과묵해지는 평범한 한국 남자”라는 그는 “저도 영어를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면 많은 청취자에게 희망이 되지 않을까”라며 멋쩍게 웃었다.
사실 영어와 박수홍의 조우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9년 KBS ‘굿모닝팝스’ 진행자 이근철과 함께 ‘10년 배운 영어 사용설명서’라는 영어회화책을 펴낸 바 있다. 당시에도 ‘보통사람을 위한 쉬운 영어’를 표방했던 그는 쉬운 단어로 당당하게 구사할 수 있는 회화법을 소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요즘 영어 공부를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다”는 그는 “내가 이 프로그램에 민폐를 끼치지 말아야겠다는 책임감”을 공부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지난달 28일 부담 없이 첫 녹화를 마친 후 프로그램 게시판에 그의 발음과 어휘 실력을 지적하는 글이 더러 눈에 띄었다.
박수홍은 “부끄럽고 창피했다. 안철수 선생님이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일부러 외부 원고를 맡아 쓴다는데, 이번엔 제가 그런 상황에 놓였다. 방송 직전 그날 공부할 분량을 예습하고 집에 돌아가서 따로 책을 더 본다”고 전했다.
EBS 관계자는 이번 진행자 발탁에 대해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강사들이 청취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영어 프로그램에서 탈피하려 했다.
대다수 초ㆍ중급 영어 청취자들이 거리감을 느끼지 않고 진행자와 똑같은 눈높이에서 자신감을 갖고 다가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991년 KBS ‘대학개그 콘테스트’로 데뷔한 그는 개그보다는 진행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다가 최근 요리 분야의 전문 진행자로 자리 잡았다.
EBS ‘최고의 요리비결’, 푸드TV의 ‘푸드매거진 잇’을 진행하는 그는 “여자친구와 헤어진 후 돌파구를 찾느라 요리를 배웠고, 새벽에 요리학원을 나가고 한식자격증도 따면서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고 전했다. 형ㆍ동생과 함께 웨딩 사업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제 막 요리와 사업 외의 또 다른 전문 분야에 도전한 박수홍은 “방송과 사업만으로도 사실 여유가 없다. 그래도 모처럼 학생으로 돌아가 영어 공부를 하면서 그동안의 타성에서 벗어났다”고 말했다. 매주 요리 2가지씩을 연습하고, 웨딩 사업 사무실에도 꼬박꼬박 얼굴을 내밀면서도 박수홍은 매일 아침 잊지 않고 영어책을 펴든다. 방송 21년차를 맞은 그의 얼굴에 기분 좋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김윤희 기자/ wor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