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입법로비’를 사실상 허용, 지난 청목회(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 수사 의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해지자 여야가 본회의 처리를 보류키로 하는 등 뒤늦게 진화에 나서고 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에 행안위를 통과한 정자법 개정안에 대해 국민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며 “법사위에서 국민의 여론과 법리상 문제점 등을 철저하게 재검토해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발언을 이어받은 홍준표 최고위원도 “정자법 개정안은 안 대표의 말대로 법사위에서 현명하게 처리해주기 바란다”면서 “여야에 계신 분들이 저에게 와서 이 법의 개정을 요청하고 부탁하고 했는데 ‘의원 면소(免訴)’ 관련 법안은 해방 이후에 (통과된) 전례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의원 구하기’는 재판을 통해서 해야지 입법권의 남용 형식을 빌려서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아마 당 대표도 같은 의견으로 알고 있고, 이런 법이 국회를 통과한다고 해서 그대로 시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않을 수 없을 정도로 국민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무리한 법 개정 시도는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청와대는 이번 정자법 개정안에 대해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신중히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정자법 개정안에 대해 국민은 한마디로 입법 로비의 면죄부를 주는 소급입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라도 이 법의 적용 시점은 19대 국회 이후로 미뤄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청와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이와 관련, “국회 법제사법위 상정 및 수정 여부 등을 지켜봐야하는데, 현재로서는 3월 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는 여건은 조성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회 행안위는 4일 지난해 말 처리하려다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던 정자법 개정안을 기습 상정해 10분만에 의결해 법제사법위에 넘겼다. 이 법안은 기부받은 정치자금이 ‘단체의 자금’이란 사실이 명확할 때만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국회의원이 자신의 업무와 관련해 정치자금을 기부받을 경우에는 처벌할 수 없도록 해 사실상 입법로비를 허용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자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청목회 의입법로비 의혹 사건의 처벌 조항은 없어지게 된다.
<서경원 기자@wisham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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