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정안전위원회(위원장 안경률 의원)이 지난 4일 ‘청목회 사건’ 의원들에 면죄부를 주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단 11분만에 기습처리했을 그때 몇년째 외면당하고 있는 1000여개의 법안은 울고 있었다.
18대 국회 들어 집회ㆍ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 처리에 따른 여야 갈등으로 잦은 파행 속에 법안 심의 해태를 벗지 못했던 행안위가 이번 정자법 처리에 있어서만큼은 단결,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이처럼 상임위에서의 법안심의가 의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 국민들의 공분은 증폭되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8일 현재 행안위에 계류 중인 법률안 수가 총 1055건이다. 국회 전 상임위의 계류법안이 6618건임을 볼 때 6분의 1 정도의 법안이 행안위에서 처리를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행안위가 주로 다루는 법들이 국민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것들이 많다는 차원에서 여야 행안위원들이 시급한 민생법안 처리를 ‘나몰라라’한 채 후원금제 개선 등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만 열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지난 2008년 18대국회 초기에 행안위 상정된 자율방법대 설치ㆍ관리에 관한 법률안(양승조 의원 발의)은 현재 거의 3년째 방치 중이다. 이 법은 자원봉사를 중심으로 지역방범을 하는 조직이 보람과 긍지를 갖고 지속 활동할 수 있도록 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같은해 행안위에 제출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철우 의원 발의)도 3년째 낮잠이다. 이 법은 등하교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린이 통학버스의 신고를 의무화, 신고의무 위반시 3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에 처하도록 했다. 건물내 엘리베이터 안전을 위한 승강기시설 안전관리법 개정안(유정현 의원 발의)도 2년째 계류 중이다. 이 법은 행정안정부 장관으로 하여금 승강기 종합정보망을 구축하도록 했고, 승강기 운행관리자의 이중등록 및 무자격자의 관리를 미연에 방지토록 했다.
18대 국회 개원 이래로 행안위는 매해 ‘집시법 홍역’을 치르고 있어 생산적 법안 처리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G20 정상회의 개최를 놓고 야간 옥외집회 규제 조항을 개정안에 추가하느냐를 놓고 여야가 옥신각신을 벌이다 결국 처리를 유보, 가까스로 파행을 면하기도 했다.
<서경원 기자 @wisham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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