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강해이” 한목소리 질타
관련자 등 엄중문책 주문
외교통상부 ‘상하이 스캔들’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강도 높은 외교부 개혁을 부르짖던 청와대 내부에서는 개탄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건을 국가 망신이라고 성토하며 관련 책임자를 엄중 문책할 것을 주문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9일 “총영사관 내부의 일탈행위에 대해 국민이 얼마나 실망했겠느냐”며 “일단 감찰 결과를 지켜보고 문제가 될 경우 엄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부처 차원에서도 대국민 신뢰 하락이 지속되지 않도록 단호한 후속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야는 한목소리로 정부의 외교 무능과 기강 해이를 질타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이날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상하이판 마타하리이며, 추잡한 성스캔들”이라며 “공직 기강 해이가 매우 부끄러울 정도로 나타났다”고 개탄했다. 정몽준 전 대표는 “이번 사건은 한마디로 국가 망신이다. 책임질 사람들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했고, 정의화 국회 부의장은 “대한민국의 국격을 떨어뜨리는 작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가 기강이 전면 붕괴한다는 위기의식이 들었다”며 ‘상하이 스캔들’과 외교관의 국가 기밀 유출 의혹, 한ㆍEU FTA 협정문 오류 등을 싸잡아 비난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스파이 사건으로 의심된다”고 했고, 신학용 의원도 “단순한 여권 브로커가 아닌 중국 스파이일 개연성이 크다”며 정부를 압박했다.
청와대가 단호한 후속 대응 방침을 천명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국방과 함께 외교 분야를 주요 개혁 대상으로 지목하고 기존의 외교 관행을 강도 높게 질타하며 재외 공관장들을 수시로 독려해온 것과 무관치 않다.
“외교가 달라져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해온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정부부처 실무 과장급 대상 특강에서 외교부 공무원들에게 개혁의지를, 지난달 22일 열린 재외공관장 회의에선 “외교관은 머리로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을 갖고 직접 발로 뛰어야 한다”고 각각 강조했다. 세계 주요국들이 ‘자원외교’ ‘경제외교’ 전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우리 외교부, 특히 재외 공관들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상하이 스캔들’은 재외 공관을 포함한 외교부 전면 개혁의 또 다른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청와대 내부의 분위기다. 지난해 유명환 전 장관의 자녀 특별 채용 파문으로 홍역을 치른 외교부로서는 내부 인사 개혁 등으로 상처를 치유하기도 전에 또다시 악재가 터진 셈이다.
양춘병ㆍ서경원 기자/y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