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73개 과제를 담은 ‘국방개혁 307 계획’을 내놓았다. 육·해·공군 사이의 합동성 강화와 대북 억제능력 제고가 핵심이다. 다시 말해 조직의 효율성을 극대화함으로써 일당백의 강한 군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합참의장 권한 강화, 군 장성 15%가량 줄이기,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창설 및 특수전 부대의 증강, 스텔스 기능을 가진 차세대 전투기 사업(F-X) 추진 등을 구체적 실천 과제로 제시했다.
북한과의 비대칭 무기 경쟁에서 열세인 우리에게 이들 모두는 꼭 필요한 과제들이다. 하지만 아직 미흡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합동군사령부 설치는 당초 계획보다 축소 반영됐고, 해병사령관이 겸임하는 서해방위사령부가 유사시 제대로 기능할지도 의문이다. 특히 합동성을 강조하면서도 그 전제조건인 의사결정 과정의 각 군별 균형 문제는 소홀히 한 감이 없지 않다. 우리 군의 고질적 병폐인 육군 편중 현상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국방 당국은 이번 개혁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 6월께 구체 방안을 확정할 때 꼼꼼히 보완하기 바란다.
그러나 정작 간과했던 대목은 군 기강 확립에 관한 처방이다. 국방개혁은 조직 정비와 첨단무기로만 완성되는 게 아니다. 기강이 제대로 서지 않으면 첨단무기도 아무 소용이 없다. 개혁 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야성적 군인기질 함양에 중점을 두고 강한 교육훈련을 하겠다”고 잠깐 언급한 게 고작이다. 그나마 실천 콘텐츠는 보이지 않는다. 군대는 국가를 수호하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기본 책무다. 국가를 위해 언제든 목숨을 버릴 각오가 서 있어야 하기에 기강에 한 치 흐트러짐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군 현실은 어떤가. 군 수뇌부는 고위 행정관료와 다를 게 없고, 중간 간부들은 샐러리맨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기강이 똑바로 서기 어렵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때 우리는 그 현장을 생생히 목격했다.
가짜 부품에 납품가 부풀리기 등 방위산업체 비리가 판을 치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개발한 국산 첨단무기가 줄줄이 불량 판정을 받는 것도 군 기강 해이와 무관치 않다. 더욱이 북한의 도발이 잦아지고 체제 붕괴 가능성이 고조돼 군사적 긴장감이 한층 더 높아진 상황이다. 군이 강인한 정신력으로 무장할 때 비로소 국방개혁은 완성된다. 군의 혁신은 정신개혁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