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소리예요. 철저하게 소비자들의 기호를 조사해서 만든 디자인입니다. 설계팀부터 마케팅팀까지 디자인쪽과 과학적 계산을 거듭해서 나온 결과물이고요.”
일부러 인터뷰의 시작을 까칠하게 열었다. 하지만 상대도 만만치 않았다.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1995년 2월 현대차에 입사해 16년째 한 직장에서 자동차 디자이너의 길을 걷고있는 현경준 팀장.
현재 소형 SUV 디자인을 전담하고 있는 현대차 디자인 3팀을 이끌고 있는 그의 대표작은 현대차의 간판 럭셔리 모델인 제네시스의 외관 디자인이다. 그리고 벨로스터가 이번 도전작이다.
10일 서울 잠실서 열린 신차발표회장에서 만난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벨로스터의 정체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것을 다 묶었습니다. 해치백이면서도 SUV같고 또 쿠페같은 차입니다.”
그렇다면 비대칭 문짝을 만들 생각은 어떻게 했을까? 현 팀장은 “눈으로는 쿠페 디자인(좌우로 문이 2개)을 선호는 하면서 막상 뒷자리로 타고 내리는 것을 불편해 하는 단점을 해소하기 위해 만든 시험적 발상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대칭 디자인은 막상 걸림돌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일단 완벽한 대칭을 이뤄야하는 차량의 무게배분 문제 때문에, 설계팀과 디자인팀이 머리를 맞대며 도면을 수백번 수정하는 작업을 거듭했다. 또한 후미 디자인에서 운전자의 시야가 지나치게 좁아져 날개(스포일러)의 위치를 대폭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결과물만 봤을 때 일반 소비자들은 찾아낼 수 없는 세밀한 부분들이다.
이런 과정에 대해 현 팀장은 “벨로스터를 디자인 하면서 다른 어떤 프로젝트 때보다도 다른팀들과 회의를 많이 하게 됐다”며 “남들도 아직 가보지 않았던 길을 가면서 그만큼 힘도 들지만 그만큼 실력도 향상됐다”고 말했다.
벨로스터의 디자인 컨셉트는 ‘카빙 레이’(Carving Ray) 즉, 빛에 의해 조각된 보석을 표방한다. 현 팀장은 “기존 현대차의 디자인 컨셉트인 ‘플루이딕 스컬프쳐(Fluidic Sculpture)가 진화할 수 있는 하나의 방향 제시”라며 “옛날 스쿠프나 티뷰론 때부터 내려오는 현대차의 지다인 컨셉트다 어떻게 유지 발전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차”라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그가 남긴 말이 인상적이다. “지금 세계 자동차 디자인 업계에서 현대차는 이미 ‘위협적’이 아닌 ‘막강한’ 존재가 됐습니다. 그 증거가 바로 벨로스터입니다.”
<윤정식 기자@happys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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