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출신 윌리엄스
살인적 항공스케줄 푸념
“헤이 타이거, 한 군데 투어만 뛰면 안되겠니? 나 집이 좀 멀잖아.”
세계 최고의 골퍼 타이거 우즈(34)의 캐디라는 사실만으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는 뉴질랜드 출신의 스티브 윌리엄스(48). 워낙 잘 나가는 스타선수의 캐디이다 보니 그는 ‘뉴질랜드 스포츠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인물’의 위치에 올라 있다. 하지만 알고 보면 고충이 만만찮다. 미국이 아닌 뉴질랜드에 살기 때문이다.
11일(한국시간) 현재 플로리다 주에서 열리고 있는 캐딜락 챔피언십을 끝내고 뉴질랜드로 돌아가게 되면 그는 올시즌 불과 4개 대회 만에 무려 9만6000㎞를 이동하게 된다. 뉴질랜드와 미국만 오갔다면 그래도 나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전세계를 돌아다니는 우즈의 스케줄 때문에 웬만한 항공사 기장 뺨치는 이동거리를 소화해야 한다.
지난 1월 윌리엄스는 뉴질랜드에서 미국 샌디에이고로 가, 파머스 인슈어런스오픈에 참가한 뒤 귀국했다. 그러나 2주 뒤 뉴질랜드-두바이 노선에 몸을 실었고, 땡볕이 작렬했던 애리조나 주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은 더 끔찍했다고 한다. 우즈가 달랑 1회전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호텔에 하루 머물고 돌아와야 했던 것. 뉴질랜드-애리조나-LA(환승)-뉴질랜드를 1박2일에 주파했으니 그 피로도가 어땠을진 상상이 간다.
윌리엄스에게 낙이 있었다면 매년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베이힐 대회를 마치고, 마스터스(애틀란타)까지 아내와 미국서 달콤한 휴가를 즐기는 것이었다. 하지만 올해부턴 이마저도 불가능해졌다. 아들 제트(이름도 의미심장하다)가 다섯살이 돼 학교에 가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해는 마스터스 대회 직전 사흘간 집에 들렀다올 계획이다.
윌리엄스는 “어떤 땐 호텔에 있는 시간 보다, 하늘에 떠 있는 시간이 더 많다. (주로 이용하는) 호주의 콴타스항공과는 이제 단축번호로 연락을 주고받을 정도”라고 말했다. ‘역마살 인생’인 윌리엄스에겐 엄청난 피로와, 마일리지가 쌓이고 있다. 물론 돈도 쌓이긴 하지만.
김성진 기자/ withyj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