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효가 처음 ‘런닝맨’에 들어갔을때는 구박덩어리였다. 남자 멤버들에게 지적받고 혼나는 단골 대상이었다.
나쁜 의미가 아니었다. 캐릭터가 없는 백지 상태라서 뭔가 만들어주기 위한 남성멤버들의 관심이자 배려였다.
그런데 송지효는 “허허~” 하고 아주 잘 받아들였다.
게다가 다채롭게 받아들일 줄 아는 재주까지 지니고 있었다. 풋풋한 이미지로 다가오면 그 분위기를 그대로 살려주고, 에로 느낌으로 접근해도 그 느낌을 죽이지 않았다. 만약 이 단계에서 송지효가 까칠하게 굴었다면 리얼 예능에서 실패를 맛봤을 것이다.
그래서 갈수록 송지효는 리얼 버라이어티의 존재감을 증명하는 캐릭터가 생기기 시작했고 많은 멤버들과의 관계(고리)도 형성됐다. 개리와 ‘월요 커플’이 됐고, 연하남 종중기 등과 미묘한 러브라인도 만들어지고 ‘송지욕’ 등 캐릭터도 생겼다.
그러니까 ‘런닝맨’에서 송지효는 스스로 떴다기 보다는 유재석을 비롯한 멤버들이 만들어준 부분이 많았다.
기본적으로 송지효는 친근하면서 사랑스러운 성격으로 몸을 사리지 않고 열심히 뛰는 등 호감적 요소를 지녔지만 관계망이 생긴 후라야 뜰 수 있었다.
반면 ‘강력반’에서는 아직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파파라치형 인터넷 매체 사건기자 조민주는 열심히 뛰어다니고 사건 현장에서 카메라를 들고 밤샘도 마다하지 않지만 애숭이 같은 풋풋함 외에 별다른 느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친구 집에서 얹혀살면서 힘들게 취직한 ‘쇼킹닷컴’에서 살아남기위해 고군분투하는 상황이 별로 와닿지 않고 있다. 연기의 감칠 맛도 별로 없다.
‘강력반’은 아직 수사물이라는 장르의 효과를 살릴 수 있을 정도의 다채로운 스토리가 부족하므로 배우들이 캐릭터로 어필하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송지효는 ‘런닝맨’에서 하는 것처럼 받아주는 것만으로는 매력적인 여주인공의 무게감을 살리기 힘들다. 캐릭터를 자신의 스타일로 해석해 어떤 색깔을 보여주어야 한다.
가령, ‘선덕여왕’에서 고현정이 미실이라는 캐릭터를 자신의 색깔로 만들어 두드러지게 만들었듯이 송지효도 열혈기자 조민주를 자신의 시각과 개성으로 해석해내는 힘을 발휘해주기를 바란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