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상한제 도입이 초읽기에 돌입했다. 한나라당이 17일 당초 의지와 달리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마련, 국회에 제출했다. 전월세 가격 상승이 극심한 곳을 관리지역으로 지정, 월세와 전세의 최고가격을 고시하고 위반 시 임차인에게 반환청구권을 주며 임대인은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당초 전월세 상승폭을 연간 5%로 제한하자는 민주당 안에 맞장구를 친 격이라 오는 4월 국회에서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하반기 이래 전세가격이 수천만원씩 뛰어오르고 그나마 매물이 없어 외곽으로 내몰리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 같은 전월세난은 주택시장 침체와 금리 인상, 소가구화 및 자산시장 변화, 자가주택비율 증가 등으로 향후 지속 심화될 개연성이 크다. 지난 1987~2011년까지 25년간 연평균 4.1%씩 오르던 집값이 2009년 이후 -1.1~3.3%로 급락하자 임대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결과다. 턱없이 오르는 전세보증금을 낼 수 없게 되자 아예 이를 월세로 돌리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보증부 월세 비중은 지난 2000년 23.24%에서 2005년 33.92%로 높아졌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더욱 급증하는 추세다.
하지만 임대가격만을 규제하는 전월세상한제 도입은 득보다 실이 많다. 임대인의 과도한 수익 제한과 임차인의 임대계약 안정성 담보라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필연적으로 임대주택 공급부족을 초래, 임대시장 구조를 악화시킬 게 뻔하다. 집 사서 전세 놓는 공급계층이 이탈, 전월세시장을 옥죄는 부메랑 효과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임대주택이 부족한 상황이라면 규제보다 공급을 늘리는 게 옳다. 지난 2007년 노무현 정부 시절 가격 안정을 위해 도입한 분양가상한제 규제와 비슷한 맥락이다. 그때도 결과적으로 공급불안을 야기, 집값 안정을 해쳤고 현재까지 민간 공급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빚더미에 올라앉은 LH공사를 통한 공공임대주택 확대공급이 어려운 마당에 민간 공급창구까지 막아선다면 어떤 방향으로 시장이 요동칠지 모른다.
임대산업 육성을 위한 법인 및 기업형 임대사업자 활성화가 더 화급하다. 개인사업자에 대해서도 값싸게 전월세를 놓을 경우 재산세, 양도세, 종합부동산세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유인책이 필요하다. 전월세상한제 도입이 4ㆍ27 재보선을 의식한 표밭 다지기용 포퓰리즘적 발상이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