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화된 지지율 공통점
확고한 지지층 등 강점
묶인 지지율 풀지 못하면
현시점 대세론 무용지물
유시민 전 장관이 국민참여당의 대표가 되자마자, 야권에서는 대권후보들의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야권의 입장에선 이런 상황이 그리 기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야당은 어차피 바람으로 승부를 해야 하는데, 이런 경쟁을 통해서 바람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의 1위 대선후보를 보유하고 있지만, 세간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여권의 입장에선 이런 바람이 무서울 수도 있을 것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야권 내에서 그리고 여야 간의 대선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여기서 묘하게도 대선후보 여론조사 1위와 2위 후보 간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 공통점이란, 바로 박근혜 전 대표와 유시민 대표의 지지율이 일정 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 전 대표의 경우 지지율이 30%대에서 움직이고 있고, 유시민 대표는 15%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두 사람 모두 확고한 지지층이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확고한 지지층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두 사람 모두에게, 그리고 여야 모두에게 상당한 득을 가져다줄 수 있다.
먼저 이런 지지층의 존재는 두 후보에게, 어떠한 상황에서도 기댈 수 있는 확실한 언덕을 제공하고, 여당과 야권에는 대선을 치르는 데 중요한 기본적 토대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점은 두 사람 모두에게 제약을 가져다줄 수 있다. 지지층이 확실하다는 것은 그만큼 두 사람의 이미지가 확실하다는 것인데, 이 점은 지지층의 확장에 제약 조건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물론 두 후보 모두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다른 이미지를 주려고 시도하지만, 이것이 쉽지는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정치인의 이미지는 단시간에 형성된 것이 아니고, 오랜 시간 동안 대중에게 노출되면서 만들어진 것이어서, 이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역시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선까지 남은 시간은 별로 없고, 그렇기 때문에 이미지를 바꿔 지지층을 확대하려는 시도보다는 오히려 바람을 일으켜 지지율을 올리려는 시도가 더 쉬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먼저 여론의 관심을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관심을 모으는 데는 대항마와의 경쟁만큼 좋은 것이 없다.
그런데 여기에도 위험 요소는 있다. 바람을 자칫 잘못 일으켰다간 남 좋은 일만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유시민 대표와 손학규 대표 간의 라이벌 경쟁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그 덕을 본 것은 오히려 손 대표 측이라는 것을 봐서도 알 수 있다. 손 대표가 득을 본 이유는, 손 대표가 대중에게 주는 이미지가 중도이고 그렇기 때문에 바람을 타고 관심이 높아지면 좌우의 유권자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은 중도 이미지를 선점하는 사람이 유리하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 단시간 내에 불가능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할 것이 아니라 중도적 정책을 통해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 대안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어쨌든 묶여 있는 지지율을 풀지 못하면 대세론은 없다라는 사실을 두 사람 모두 마음 깊이 새겼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