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는 평생 7명의 남자와 8번 결혼하고 8번 헤어졌지만 이번에 공개된 편지는 7명의 결혼한 남자가 아닌 첫 약혼자 윌리엄 폴리에게 쓴 편지. 당시 22세였던 폴리는 전 브라질 대사의 아들이었다. 두 사람은 결혼까지 이어지진 못했지만 핑크빛 편지지에 쏟아놓은 테일러의 고백들은 촉망받는 여배우의 풍부한 감성과 사랑에 대한 열정을 보여준다.
1949년 5월 쓴 편지에서 테일러는 “이런 완벽하고 완전한 사랑의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다”고 고백하며 “어느 누구도 이처럼 사랑해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테일러는 십대답게 여배우로서 관리해야 하는 체중조절에 대한 부담이나 학교 시험과 관련된 일상적인 고민들도 편지에 담았다. 자신이 출연한 영화의 호평과 혹평 사이에서 겪었던 마음고생도 풀어놓았다.
하지만 사랑은 덧없이 짧았다. “아름다운 푸른 눈을 바라보고 달콤한 입술에 키스를 하며 당신과 함께 있고 싶다”는 마음을 전하며 “사랑과 결혼, 그리고 가족을 위해 자신의 일과 관련된 모든 것까지 버릴 수 있다”고 했던 테일러. 그해 9월 약혼 반지를 돌려주는 것에 대해 쓰면서도 그는 “우리는 서로를 너무 사랑하기에 이것이 끝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1950년 열여덟의 그녀는 힐튼 호텔 상속자인 콘래드 닉키 힐튼과 결혼식을 올렸다.
바비 리빙스턴 RR옥션 대변인은 5월 19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될 온라인 경매를 통해 이 편지들 낙찰가가 최대 1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테일러 타계 전 2만5000달러(2800만원)~3만5000달러(3900만) 정도 가치가 있었던 만큼 현재 가치는 2~3배에 이를 것이란 것이다.
이번에 공개된 테일러의 러브레터 경매 전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이 그린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초상화도 다음달 경매에 나올 예정이다. 앤디 워홀이 지난 1963년에 그린 ‘Liz #5’(리즈 넘버 파이브)는 다음달 뉴욕 필립스 드 퓨리 경매에 부쳐질 예정이며 낙찰가는 2000만 달러(222억8400만원)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테일러 생전인 지난해 6월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 나온 앤디 워홀의 엘리자베스 테일러 초상화는 676만 파운드(약 1000만 달러)에 낙찰된 바 있다.
윤정현 기자/hi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