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가 ‘최장 기간 무정부’라는 불명예스러운 신기록을 갖게 됐다.
지난해 6월 13일 총선을 치른 벨기에는 그동안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협상이 계속됐지만 30일 0시(현지시각)를 기해 290일째 정부가 출범하지 못했다.
종전 최장 기간 무정부 상태는 이라크가 2009냔 기록한 289일이다. 벨기에는 이에 앞서 지난 1월8일 “최장 기간 무정부 상태 지속” 종전 유럽기록(208일.1977년 네덜란드)을 경신한 바 있다.
벨기에 정부가 들어서지 못한 이유는 고질적인 프랑스어권인 남부 왈로니아와 네덜란드어권인 북부 플레미시 사이의 대립 탓이다. 현재까지도 이들 사이에 타협의 접점이 보이지 않아 벨기에의 무정부 사태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벨기에는 언어권별로 연방하원(총 150석) 의석이 배분돼, 적게는 4~5개, 많게는 6~7개의 정당이 연정을 구성해야 된다. 이 때문에 총선 후 매번 정부 출범에 난항을 겪고 있다.
그러나 300일 가까이 지속된 무정부 상태에도 일상생활에 불편은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브 레테름 총리가 이끄는 ‘관리(care-taker) 내각’이 최소한의 국정을 운영하고 지방정부에 권한이 이미 상당 부분 이양돼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플레미시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극우정당 ‘새 플레미시 연대(N-VA)’는 “우리는 지금 강력한 중앙정부가 필요 없음을 확인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을 빌미로 지방정부의 권한 강화에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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