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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産團은 배움터이자 놀이터…‘삶의 질’이 산업경쟁력이다
오래된 낡은 아파트단지에 사는 이들의 한결같은 바람은 재건축 내지는 리모델링이다. 이들이 재건축을 반기는 이유는 단지 헌 집이 새 집 되기 때문만은 아니다. 피트니스센터, 소공원, 도서관 등 ‘재충전(Recreation)’에 충실한 자족공간으로 바뀌는 데 따른 기대가 더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집을 선택하는 기준도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주거기능은 기본이며, 주변환경과 서비스를 더 따진다. 모두 ‘삶의 질’ 때문이다. 이렇듯 주거공간은 철저히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에 부응하며 리모델링이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똑같이 지어진 지 30∼40년 이상 지난 산업단지는 어떤가? 경제발전의 요람이자 우리네 일터인 산업기지는 과거와 현재 모습을 비교해봐도 별반 차이가 없다. 삶의 질 논의에서 한참 비켜나 있다는 얘기다. 

낡고 오래된 산업단지는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갉아 먹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적잖이 우려스럽다. 서울디지털단지, 남동단지, 반월단지 등 수도권의 주요 산업단지에선 출퇴근길의 교통난, 주차난이 일상이 돼버린 지 오래다.

복지와 편의시설은 턱없이 부족해 퇴근 후 문화ㆍ여가생활을 하려면 시간과 비용을 들여 먼 시내로 진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오로지 제조와 생산 기능에 충실한 공간인 것이다. ‘재충전을 통한 창의와 혁신’이라는 기업과 근로자의 기본적인 요구가 외면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렇게 굳어버린 부정적 이미지로 인해 청년들이 산업단지에서 일하기를 꺼리는 현상이 나오고 있다. 자칫 수십년간 쌓아온 산업노하우 단절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산업단지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경제발전의 거점이 돼야 한다는 점에서 이견(異見)이 있을 수 없다. 리모델링은 이런 점에서 시대적인 요청이다.

정부는 뒤늦게나마 노후 산업단지의 기반시설을 개선하고 근로생활의 질을 높이는 ‘QWL(Quality of working life)밸리’ 사업에 들어갔다. 낡은 시설을 뜯어 고치는 것에서부터 복지, 교육, 여가, 문화 프로그램을 확충해 일할 맛 나는 공간을 만들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 사업은 방대하면서도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소기의 성과를 얻으려면 해결돼야 할 과제들이 많다. 민ㆍ관이 긴밀한 협력체계를 만들고 성공적인 선도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정부와 입주기업, 지자체, 지역주민들이 함께 관심을 갖고 협력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산업단지는 국가 기간산업의 터전이요 지역경제의 보루며, 지역주민의 소중한 일터다. 모두가 협력해야 하는 이유다.

민간투자 또한 필요하다. 옛 구로공단은 정부의 규제완화에 호응해 민간 건설사들이 100여개의 지식산업센터를 지은 덕분에 ‘G밸리(서울디지털단지)’로 바뀔 수 있었다. 정부가 투자촉진 여건을 만들고 민간이 이에 화답하는 형태가 돼야만 성과를 낼 것이다.

문화, 교육, 복지기능도 확대돼야 한다. 재충전과 재교육은 능률, 생산성, 혁신성, 지속성과 직결돼 있다. 예전처럼 생산공간만 있으면 산업단지가 무조건 분양되던 시대는 지났다. 쾌적하면서도 신나게 일할 수 있는 공간을 기업과 근로자들은 요구하고 있다.

내년이면 산업단지의 효시인 울산단지가 생긴 지 50년이 된다. 쉼 없이 달려 온 산업터전, 이제 단순한 일터가 아니라 배움터이자 놀이터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이 바로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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