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FTA의 국회 비준이 9월 정기국회로 넘어갈 전망이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국내 현안에 발목잡혀 FTA 비준 처리에 소극적인 만큼, 우리 국회도 미국 상황에 따라 상정 시점을 늦출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남경필, 홍정욱, 구상찬 의원은 13일 미국 방문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국 의회의 FTA 비준이 생각보다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리도 미국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 민주, 공화 현역 의원들과 맨투맨 접촉을 하고온 홍정욱 의원은 “한ㆍ미 FTA는 외교적 독립 함수가 아니라 미국 국내정치의 종속변수”라며 “미국 내 정치권의 결단이 당장이라도 이뤄진다면 빠르게 진행 가능하겠지만, 정치적 타협 없다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회 외통위원장인 남경필 의원도 “우리 국회와 정부도 준비는 하되 서두루지 말아야 한다”며 정부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6월 상정, 8월 비준 주장에 대해 섯부른 자세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방미 결과에 따라 국회는 당분간 한ㆍ미 FTA 상정보다는 공청회 개최 등을 통한 후속 대책 논의에 주력할 전망이다. 남 의원은 “한ㆍ미 FTA의 여러 문제점과 대책을 논의하는 공청회 등은 상정 전에라도 진행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미국 행정부가 법안 제출 직후 의회가 빠른 속도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도 이에 맞춰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야당이 주장하고 있는 재재협상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남 의원은 “다분히 정치적인 구호”라며 “일단 공청회 등을 통해 이익균형이 얼마나 깨졌는지 논의하는 것이 우선이며, 재재협상 없이는 논의도 불가능하다는 것은 반 민주적인 행태”라고 지적했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