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부랴부랴 기초노령연금의 인상을 적극 검토하는 것은 내년 선거를 의식한 표심잡기용이란 지적이다. 특히 뚜렷한 재원마련 대책없이 이뤄지는 논의는 국민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짙다. 정치권의 뒷북 논의와 재원을 이유로 인상에 소극적이었던 정부의 미온적 태도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결과란 분석이다.
▶올리긴 올려야 하는데…=2007년 기초노령연금법 제정 당시 이 법안의 취지는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거나 가입했더라도 가입기간이 적어 은퇴 후 노후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고 월 9만여원에 불과, 어르신 용돈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치권은 이를 감안해 2028년 급여율을 10%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인상시기와 방법은 규정하지 않고 국회가 연금제도개선특위를 만들어 논의하도록 했다.
하지만 국회는 대선이 끝난 뒤 특위 구성에 미온적이었다. 향후 예산 수십조원이 투입되는 사안을 논의하기란 아무래도 부담스러웠다. 한마디로 방치했던 셈이다.
정치권 한 인사는 “여야 모두 집권하면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선거 전과 후가 달라졌다는 지적이다. 그러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최근들어 논의가 활발해졌다. 여야 국회의원이 발의한 기초노령연금법 개정안은 총 10건. 모두 노령연금 인상과 대상확대가 주요 내용이다. 연금특위 활동시한은 8월 17일로, 내년 예산에 반영하려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연금특위 위원장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단계적으로 얼마를 올릴 것인가, 재원마련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위원회에서 결정해 8월 복지부에 통보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또 국민부담=선거를 의식한 나머지 재원대책 등 정교하지 못하게 마련된 법안은 결국 국민부담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내년 급여율을 5%에서 1% 포인트 올리고 지원대상을 70%에서 80%로 확대하면 5조3280억여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총 소요예산액은 3조7900억원으로, 한꺼번에 1조5300억여원이 더 필요하다. 정치권과 정부가 재원마련 대책을 강구하면서 해마다 0.25%씩 올렸다면 충격이 덜하지 않았겠느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급속한 고령화는 재정을 더욱 압박할 전망이다. 정치권 논의대로 복지부가 추정한 총비용은 ▷2015년 8조1600억원 ▷2020년 15조6770억원 ▷2025년 23조8300억원 ▷2028년 29조7670억원이다.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4월 열린 연금특위에서 “내년 급여율을 1% 포인트 올려 노령연금을 지급할 자신이 있느냐”는 여야 의원들의 질문에 “솔직히 말해 자신없다”고 답했다. 연금특위 소속 민주당 주승용 의원은 “법 제정 당시 인상시기와 방법을 명시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 말했다.
조동석 기자/dsch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