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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와대도 국회도, 말바꾸게 만드는 ‘윽박정치’
‘윽박정치’가 심각한 후유증을 낳고 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문제를 놓고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합의가 안되면 못나갑니다”라고 검경을 몰아세우는가 하면 ‘마지막 조정자’ 국회도 윽박정치에 가세하고 있다. 윽박지르면서 이끌어낸 합의가 추후 말바꾸기를 불러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모든’ 두글자에서 불거졌다. 지난 20일 형사소송법 196조 1항의 ‘사법경찰관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해야 한다’를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로 고치면서부터다. 또 검찰의 수사지휘에 관한 구체적 사항을 법무부령으로 정하기로 한 청와대 합의는 청와대 문 밖으로 나오는 순간 깨졌다.

국회는 지난 28일 이귀남 법무장관과 조현오 경찰청장을 불러놓고 윽박질렀다. 청와대 윽박정치의 2라운드인 셈이다.

한나라당은 ‘모든’과 ‘법무부령’의 유지를 주장했다.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은 “조 경찰청장은 합의안의 어떤 부분에 의구심이 든다는 것인가”라며 “(합의안이 파기된다면) 국회와 나부터 나서겠으며 국민과 언론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박준선 의원은 법무부령 제정에 대해 “검경 두 기관이 100% 동의하지 않으면 분란이 계속되므로 ‘경찰과 합의해서 하겠다’고 약속하라”고 검경을 압박했다.

이 장관은 “경찰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합의안의 결과에 따라 이행하겠다”고 원칙적인 입장을 되풀이했고, 조 경찰청장은 “검찰 지휘부는 합의사항을 지킬 의사가 없지 않는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모든 수사’에서 ‘모든’은 삭제하고 검찰의 지휘사항도 법무부령이 아니라 대통령령으로 해야한다고 맞섰다.

결국 수사지휘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에 정하기로 했고, ‘모든’ 두 글자는 유지하는 쪽으로 국회에서 결론났다.

검찰은 여야의 합의에 즉각 반발했다. 대검은 “지난 수개월간 국회 사개특위 논의, 총리실 중재, 대통령의 조정까지 거친 끝에 검경이 수용한 정부 합의안의 중요 내용을 법사위가 한순간에 뒤집은 것은 합의정신에 위배되는 것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임 실장에 이은 국회의 윽박정치가 부작용만 불러오고 있다.

조동석 기자/ds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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