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특임장관은 20일 “5ㆍ16 군사정부는 정의롭지 못한 권력이었다”며 다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 장관은 5ㆍ16 군부세력이 한ㆍ일협상을 잘못해 독도문제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나라사랑 전국대학생연합 글로벌 리더스 발대식’에 참석한 이 장관은 100여명의 대학생을 상대로 “5ㆍ16 군부가 가만히 개인의 행복을 앗아가는 것을 볼 수 없어서 47년 전 민주화운동을 시작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장관은 “박정희 전 대통령 등 쿠데타를 일으킨 세력들이 나라 질서유지가 된 다음에 다시 군으로 돌아간다고 해놓고선 모두 정치를 하겠다고 해서 공화당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그러면서 “5ㆍ16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부에는 지도력이 없었으니까 통치하려면 돈이 필요했기에 일본과 차관협상을 하게 된 것”이라며 “군부가 한ㆍ일협상을 하면서 일본에서 차관 5만달러를 얻기 위해 독도 평화선을 내주게 됐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결국 5ㆍ16 군부가 지금 벌어지고 있는 독도 문제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라고 결론을 지었다.
지난달 초 트위터를 통해 1964년 한ㆍ일 회담 문제로 박 전 대통령을 공개 비난한 이후 이어진 이 장관의 이날 발언과 관련,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견제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특히 이 장관의 당 복귀 임박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박 전 대표와 ‘반(反)독재 대 독재’의 구도를 형성, 본격적인 정치활동 재기를 노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당 안팎에서 적잖게 나온다. 이 장관은 지난 2004년 박 전 대표를 ‘독재자의 딸’, ‘유신의 잔당이 아니라 유신 그 자체’라고 비난했다.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을 도와 박 전 대표와 대척점에 서 이명박 정부 내내 친박 쪽으로부터 ‘정적 1호’로 지목돼 왔다.
다른 한편에서는 “박근혜 대세론은 독약”이라는 이동관 대통령 언론특보의 최근 발언과 연관 짓기도 한다. ‘박근혜 흔들기’가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시각이다. 이 특보의 발언에 대해 “해당(害黨)행위”라고 강력 반발한 친박계가 이 장관의 행보에 대해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도 주목된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