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내에서 박근혜-정몽준 전 대표는 상극으로 통한다. 정 전 대표는 박 전 대표를 사사건건 발목잡고, 박 전 대표측은 그런 정 전 대표를 겨냥해 집안에 수류탄을 까 던진다고 반발하고 있다.
정 전 대표는 지난 2일 부자증세의 필요성을 강력히 제기했다. 미온적인 입장이 돌변한 것이다. 이 역시 박 전 대표를 겨냥하면서 쇄신파에 협조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이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며 당내 ‘부자 증세’ 움직임에 힘을 실었다.
정 전 대표는 이어 “세제를 ‘종합적으로 세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해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 논의가 중단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종합적 세제 검토는 정부가 항상 하는 일”이라고도 했다.
이 같은 언급은 박 전 대표가 하루 전 부자증세를 ‘누더기 세제’로 비유하며 ‘세제에 대해 종합적인 검토를 한 뒤 부자 증세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부정적 입장을 잇따라 내놓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것 한번 해보고 안 되면 또 저거 한번 해보자, 그렇게 하지 말고 조세 체계가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가, 실효성이 있는가, 이런 것을 종합적으로 신중하게 검토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최대 재력가로 꼽히는 정 전 대표는 박 전 대표의 입장에 비토를 놓는데서 한발 더 나아가 “경제가 어렵지만, 많이 분열돼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이럴 때 선제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세금을 좀더 많이 내는 게 어떠냐는 취지에서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 문제가 제안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자증세에 대해 정 전 대표가 찬성, 박 전 대표가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반면, 대주주의 자본소득에 대한 입장은 완전 정반대다.
박 전 대표는 "대주주의 주식같은 금융자산에 대한 양도소득세는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재 주식양도 차익은 지분 3% 이상 또는 보유액 100억원 이상의 상장사 보유주식과 비상장 주식에 대해서만 10~30%가 적용되며, 이 보다 금액이 적은 소액에 대해서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정 전 대표는 “전세계 주식시장이 연결돼 있으므로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고,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경우 주식을 사고팔 때 자본소득에 대한 세율이 15% 수준이고, 우리나라의 경우 5% 이상 주식을 소유한 대주주의 자본소득에 대해 20∼30%의 세율이 적용되고 있다”며 “대주주가 아닌 일반 주주의 자본소득에 대한 세금을 어떻게 할지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내에서 부동의 지지율 1위를 지키고 있는 박 전 대표를 추격하고 있는 정 전 대표의 차별화전략은 내년 대선 후보결정때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