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는 새누리당의 텃밭이다. 민주통합당이 제1 야당이긴 하지만 최철국 의원(김해을)이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17개 지역구(18대) 가운데 민주당 지역구는 단 한곳도 없다. 오히려 통합진보당의 강기갑 의원(사천)과 권영길 의원(창원을)이 2곳을 차지하며 야권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새누리당은 ‘수성’을, 민주당은 ‘공성’을 입장을 피력하는 이유다. 지역구별로 들여다보면 야권단일화와 무소속 출마여부, 지역구 통폐합 논란 등에 따라 경남 지역의 선거 판도가 요동 칠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은 10곳 이상에서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 전통적인 새누리당 성향의 유권자가 30%가 넘고 공천도 민주당에 비해 확연히 잡음이 적다는 것을 그 이유로 꼽는다. 또 18대 때 이미 17곳 가운데 14곳을 석권하면서 현역 국회의원들이 다수 활동하고 있는 것 역시 새누리당이 승리를 확신하고 있는 이유다.
다만 돈봉투 사태로 불출마를 선언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지역구 양산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이 무소속 출마를 불사하고 있는 거제, 권영길 의원이 재선에 성공할만큼 야성이 강한곳으로 평가받는 창원을이 다소 약세 지역으로 평가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최소 2곳, 최대 9곳을 기대하고 있다. 여당 성향이 워낙 강한 곳이긴 하지만 ‘노풍의 심장’ 김해을을 기반으로 현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론과 야권단일화로 ‘1:1’ 구도를 만들어내면 예상보다 더 많은 의석수를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는 판단이다.
백두현 민주당 경남도당위원장은 “경남은 확실히 민주당이 열세 지역”이라며 “다만 새누리당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경합지역에서 의외의 선전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야권의 1차 당면 과제는 야권단일화다. 민주당 등 야 3당은 지난해 12월 중앙당의 야권연대와는 별개로 독자적인 야권단일화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13일 현재까지 야권 단일 후보가 확정된 곳은 진주을(강병기·통합진보당)과 밀양창녕(조현제·민주) 단 두곳 뿐이다. 야권단일화가 끝내 결렬될 경우 우세 지역구에서도 패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경남 정가의 분석이다.
특히 거제의 경우 진보신당과 통합진보당, 민주당 모두 ‘우리 후보가 이길 수 있는 곳’이라고 주장하며 각을 세우면서 야권단일화에 난항을 겪고 있다. 창원갑에서는 김갑수(민주당) 후보와 문성현(통진당) 후보가 새로운 방식의 경선 룰을 도입하려다 경상남도선거관리위원회가 ‘위법하다’는 유권 해석을 내려 경선방식을 놓고 추가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역구별로는 사천·남해·하동의 표심이 관심의 핵으로 떠오른다. 19대부터 지역구가 사라진 남해·하동 주민들의 불만이 어떻게 표출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지역구엔 현역 의원 두명(여상규·강기갑)에 사천 출신의 이방호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까지 무소속 출마를 선언, 한치 앞을 예상키 어렵다. 새누리당은 하동지역표와 사천의 여당표를 합치면 여 후보의 당선이 가능하다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전 의원의 무소속 출마로 여권표가 분산될 처지에 놓이면서 지역 판세가 미궁에 빠졌다. 조수정 후보와 경선을 치르고 있는 강 후보는 현역 우위와 김두관 경남도지사의 고향인 남해의 야권표를 합하면 승리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으로 인해 탈당한 최구식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밝힌 진주갑도 흥미를 끄는 지역이다 최 의원은 “진주의 미래를 위해 이길을 선택했다”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새누리당은 박대출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을 공천했고 윤용근 전 경남도의원은 무소속으로 출마한다. 현역 여당의원의 무소속 출마를 반기는 것은 야권이다. 야권은 정영훈(민) 후보와 이경규(통진) 후보의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다.
김해갑의 경우 지역명문인 김해고의 1년 선후배 간 싸움이 지역 정가의 귀를 쏠리게 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김해갑에 현역인 김정권 의원을 공천했다. 민주당은 불과 44세에 장성이 된 민홍철 전 법무관을 후보로 선정했다. 민 전 법무관은 김해고 동문회장 출신으로 김정권 의원의 1년 후배다. 김 의원이 출마했을 당시 김해고 동문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때문에 김 의원과 민 전 법무관이 의원자리를 두고 경쟁하면서 그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홍석희 기자 @zizek88>
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