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민주통합당의 새 권력지형은 그야말로 안갯 속이다.
4ㆍ11 총선 이후 ‘친노 세력의 부활’과 ‘문재인 한계론’의 명암이 엇갈린 가운데 장외세력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대선 출마를 강력 시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주말 격론 끝에 ‘문성근 대표 대행 체제→5월 원내대표 구성 및 비대위 발족→6월 임시전당대회를 통한 당 지도부 구성’의 일정표를 마련했다.
문성근 대표 대행은 16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헌당규에 따라 당을 조기에 안정화하고 정권교체를 향해 한걸음씩 나가겠다”며 “5월 4일 원내대표 경선 후 원내대표가 비대위를 꾸리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19대 총선에서 대거 원내 진출에 성공한 친노 그룹의 행보가 최대 관심사다. 친노 세력은 19대 원내에서 40명 가까운 인사가 당선되면서 민주당 내 신주류로 급부상했다. 이해찬 전 총리가 당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한 가운데 전해철 전 민정수석, 윤후덕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등 인사들의 지도부 진출 여부도 관심사다. 또 민주당에선 원내에 중립 성향 인사들이 대거 진입, 기존 계파들이 이들에 ‘연대의 손’을 내밀 공산이 크다.
반면 친노 인사들이 지난 총선 패배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소외된 ‘비노(非盧)’ 계들 사이의 적극적인 연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구 민주계 박지원 의원을 중심으로 한 호남 의원들이 그 연대의 중심에 서게 될 공산이 커 보인다.
한편 오는 6월 말께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할 것으로 알려진 안철수 원장의 행보에 따라 민주당의 당내 권력 지형은 처음부터 완전히 새롭게 짜여질 공산이 크다. 박근혜 체제를 중심으로 새누리당이 일사분란하게 대선 모드로 진화하는 것처럼 안 원장의 영입 역시 그에 못지 않은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안 원장이 향후 야권과의 관계설정을 어떻게 해 나갈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타 야권후보에 비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평가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범야권으로 볼 수 있는 안 원장은 정치 변화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는 층을 흡수하면서 전통적인 야당 지지층과 진보성향까지 흡수할 수 있어 다른 야당 주자에 비해 높은 지지도를 보이는 등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그러나 안 원장의 당내 지분이 약해 계파간 알력 다툼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민주당 내 일부에선 안 원장의 영입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때문에 안 원장이 범 야권의 대선 후보로 확정된 다음 민주당에 입당할지, 입당한 다음 당 내 경선에 임할 지 여부를 두고 안 원장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민주당 원내 인사는 “당 내부에서 가장 큰 힘과 세력을 가지고 있는 그룹이 안 원장의 영입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홍석희ㆍ손미정 기자 @zizek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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