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은 제3의 후보지를 택했다. 다른 한 쪽은 기존 입장인 사드 배치 철회를 고수하고 있다. 성주 주민간 갈등은 격화되고 있다. 예상된 수순이다.
‘성주 군민 밀집지 피해라도 막아보자’는 현실론과 ‘사드 자체가 배치되면 안 된다’는 이상론의 괴리가 상당히 컸다.
정부가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간에 성주 군민의 분열은 사드 추진에 호재로 해석되고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사태가 마치 제주 강정마을과 흡사하게 흘러간다”고 했다.
국방부의 성주 사드배치 방침이 발표된 지난달 13일 당일 성주 군민들이 상경해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를 방문, 항의하고 있다. [사진=뉴스K 캡쳐] |
군은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를 추진하면서 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결국 해군기지를 구축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주민들 의견이 나눠지고, 일부 소수만 끝까지 반발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군은 해군기지 구축 지연을 이유로 현재 마지막까지 저항한 일부 반대자들을 상대로 약 35억원 상당의 구상금 소송마저 진행하고 있다.
21일 성주 군민들의 분열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군에서 ‘성주 사드사태가 제주 강정마을과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은 앞으로 성주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를 미리 예언하고 있는 듯하다.
성주 군민들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다녀간 다음날인 18일, 19일에 이어 20일 세 번째 사드 토론회를 열었지만 기존의 사드배치 철회 입장을 유지한 측과 제3 후보지 측으로 나눠져 치열한 찬반논쟁 끝에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제3 후보지 측이 좀 더 우세한 상황에서 21일에는 사드배치 철회 측이 회의장을 봉쇄하며 내부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제3 후보지 측은 이에 맞서 제3 후보지를 검토하는 방안을 강행키로 했다. 결국 제3 후보지라는 카드 하나에 성주 군민이 분열되고 만 격이다.
주민들 의견이 나눠질 경우 정부 입장도 곤란해진다.
협상 대상이 둘로 나눠지다 보니 어느 쪽 장단에 맞춰야 할 지 고민이 깊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주민들 사이에서 좀 더 우세한 제3 후보지에 장단을 맞춘다 해도 인접한 김천시의 반발이 격화되고 있어 또 다른 갈등의 소지가 생긴다.
제3 후보지로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롯데 스카이힐 골프장은 행정구역상 성주에 속하지만 김천시와 더 가깝다. 제3 후보지에 사드배치가 결정되면 김천시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20일 김천시민 700여명이 사드 반대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제3 후보지를 지지하는 김항곤 성주군수와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의 사과를 요구하고, 국방부와 제3 후보지 의견을 처음 제의한 김관용 경북도지사를 비판했다.
결국 기존 사드 철회입장 고수를 주장하는 측, 제3 후보지 검토를 요구하는 측 그 어느 주민의 의견도 수용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주민 입장에서 사드배치 지역의 합리적 선정, 정부 입장에서 사드배치의 원활한 추진, 그 모든 것을 위해 주민 의견의 통합이 시급해 보인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저민 프랭클린은 1776년 7월 4일 미국의 독립선언문에 서명하면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말했다.
미국을 탄생케 한 기본 철학이자, 오늘날 문제 해결에도 여전히 유효한 철학으로 보인다. 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