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일 9월9일 택해 언제든 핵실험할 수 있음도 과시…미사일 시험발사 이유도 드러나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북한이 9일 오전 9시30분께 북한 정권 수립기념일을 맞아 5차 핵실험을 전격 강행했다. 뒤이어 북한은 이날 오후 1시30분 조선중앙TV를 통해 ‘조선핵무기연구소 성명’을 발표했다. “새로 연구제작한 핵탄두의 위력판정을 위한 핵폭발시험을 단행했다”는 것이다.
북한의 이날 태도는 상당히 중대한 의미를 시사한다.
첫 번째, 북한이 이날 ‘새로 제작한 핵탄두 시험을 했다’고 밝힌 것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의 마지막 단계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실전배치만 앞두고 있다는 얘기다. 3년 주기로 실시하던 핵 실험을 8개월만에 실시한 것 역시 북한이 핵개발의 완료 단계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
두 번째, 북한이 9월9일을 기해 전격 핵실험을 실시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북한은 이를 통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음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핵능력이 상당히 고도화돼 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세 번째, 북한이 지난 1월 4차 핵실험 직후 무수단, 노동, 스커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줄기차게 시험발사한 이유 또한 이번 핵실험을 통해 드러나게 됐다. 북한의 최종 목적은 핵능력의 실전화에 있었다는 것이 이번 핵실험을 통해 입증된 것이다. 즉, 지금까지 자행된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의 종착지는 9일의 핵실험이었던 셈이다.
[사진= 북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장면. 북한이 핵탄두 전용으로 개발된 SLBM을 보유하게 되면 핵보유국 6개국에 이어 세계 7번째로 SLBM을 보유하게 된다.] |
▶북한 4차, 5차 핵실험의 의도=북한은 지난 1월 4차 핵실험에서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수소폭탄은 통상적 개념의 핵무기인 원자탄보다 폭발력이 훨씬 더 크다. 즉, 북한은 4차 핵실험에서 사상 최강의 폭발력을 가진 수소폭탄 개발을 완성했음을 알린 것이다.
또한 이번 5차 핵실험에서는 4차 핵실험을 통해 완성된 핵폭탄 능력을 소형화된 핵탄두로 만들 수 있음을 과시했다. 북한의 핵능력을 고스란히 보유하고 있는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음을 보인 것이다.
핵무기는 크게 원자탄-증폭 핵분열탄-수소폭탄의 순으로 발전해왔다.
히로시마 투하에 사용된 원자탄의 폭발력은 10kt 전후로 알려져 있다.
원자탄 다음 단계인 증폭 핵분열탄은 핵분열 반응을 사용하는 원자탄과 원리는 같으나 핵분열 순간에 여분의 중성자가 발생하고 이 중성자로 인해 핵분열 연쇄반응이 일어나도록 해 폭발력이 원자탄의 2~5배로 증대된 게 특징이다. 이에 따라 증폭 핵분열탄의 폭발력은 50kt 전후까지 올라갈 수 있다. 현재 미국의 모든 핵무기에 이 기술이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증폭핵분열탄 기술을 이용해 한 단계 더 발전한 것이 수소폭탄이다.
수소폭탄은 증폭 핵분열탄을 1단 기폭제로 사용하는 다단계(3단계) 무기다. 원자탄이나 증폭 핵분열탄이 핵분열 반응에 의해 폭발력을 만들어내는 반면, 수소폭탄은 핵융합 반응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차원이 다른 무기다. 그래서 수소폭탄을 핵융합 무기로 부르기도 한다.
수소폭탄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 원자탄을 기폭제로 사용한다. 1단계로 원자탄이 폭발해 2단계의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핵융합 과정에서 생성된 중성자는 다시 3단계로 핵분열 반응을 일으켜 폭발력을 극대화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수소폭탄은 원자탄의 수백배에서 수천배의 폭발력을 발휘할 수 있다. 역사상 구 소련이 실시한 수소폭탄 실험에서 5만kt의 위력이 측정된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소폭탄은 인류가 개발한 가장 강한 폭발력을 내는 폭탄인 셈이다.
즉, 북한의 4차 핵실험은 가장 강력한 핵폭탄 개발 능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4차 핵실험 직후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혀 목표를 완수했음을 대내외에 알렸다.
그렇다면 5차 핵실험은 어떤 의미일까.
5차 핵실험은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통해 개발한 초강력 수소폭탄을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 핵탄두로 만들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하면 미사일에 탑재해 미사일 사거리 범위의 어느 곳이든 타격할 수 있다. 즉, 4차 핵실험을 통한 핵능력 보유 및 5차 핵실험을 통한 핵탄두 미사일 탑재능력 보유 순으로 점차 핵보유국을 향한 단계를 밟아가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9일 핵실험 뒤 오후 1시30분 조선중앙TV를 통해 ‘새로 개발한 핵탄두 위력판정을 위한 시험을 성과적으로(성공적으로)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9월9일 핵실험 의미? ‘언제든 할 수 있다’=북한은 북한 정권 수립기념일인 9월9일을 기해 기다렸다는 듯 핵실험을 실시했다.
날짜를 선택해 핵실험을 할 수 있을 만큼 북한 당국의 핵능력이 발전했음을 과시하는 한편, 4번의 핵실험을 통해 축적된 노하우가 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쉽게 말해 여유를 부린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핵실험 능력에 대해서는 우리 군 당국도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다.
군 당국은 4차 핵실험 후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최고 지도자가 결심만 하면 언제든 핵실험을 할 수 있는 단계”라고 되풀이해 발표해 왔다.
북한이 1월 4차 핵실험 후 3월 김정은 지시에 의해 다양한 미사일 시험발사를 실시해 온 배경도 명백히 드러났다.
북한은 4차 핵실험 뒤 확보한 핵폭탄 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핵폭탄을 핵탄두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하는데 매진해 온 것이다.
북한이 보유한 미사일은 핵탄두가 약 500~1000㎏일 경우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핵보유국들은 상당한 수준의 핵탄두 소형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미국은 110㎏(폭발력 150kt), 러시아 255㎏(200kt), 영국 350㎏(100kt), 중국 600㎏(200~500kt), 인도 500㎏(12kt) 수준으로 핵탄두 소형화를 이뤄냈다.
핵폭탄 기폭 능력이 확보되었으니 핵폭탄 투발능력만 확보되면 실전에 배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최근까지 스커드 단거리탄도미사일(사거리 300~700㎞), 노동 준중거리탄도미사일(1300㎞), 무수단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3500㎞), 대륙간탄도미사일급 KN-08(1만㎞ 이상)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사거리 2500㎞)의 시험발사를 단행해왔다.
이번 5차 핵실험에서 소형화된 핵탄두로 추정되는 새로 만든 핵탄두 폭발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히며 사실상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대부분의 기술을 확보했음을 만방에 선포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제 북한은 한국 전역(스커드), 일본 전역(노동), 미군 괌기지(무수단), 미국 본토(KN-08) 등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보유했고, 여기에 실을 수 있는 핵탄두마저 보유하는데 성공했음을 9일 실험으로 알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제 북한은 조만간 핵탄두 탑재 다종의 미사일 실전배치 선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북한 핵미사일 대응방안을 불가피하게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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