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주(자유한국당, 경북 구미갑) 의원은 23일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서 ‘귀순병 사건에 북한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질문에 “공동경비구역(JSA)은 자기들(북한)로서도 최고의 병사를, 정신무장된 병사를 뽑아서 근무시킨다고 이렇게 알려져 있다”며 “굉장히 내부적으로 깊은 충격을 받고 있다고 본다. 일정 시간 다른 전선에 있는 병사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서, 가령 진실을 은폐하거나 또 ‘우리가 납치했다, 송환하라’ 이런 상투적인 주장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백 의원은 이어 “(북한이) 내부적으로 엄청난 충격을, 북한의 최고의 에이스, 최고 정예병사가 공동경비구역에 근무하는데 그 병사가 지프차를 운전하면서 탈주했다는 것은, 이건 북한군에 알려졌을 경우에는 전선지역이죠. 그 점이 알려졌다면 북한군의 사기에, 또 북한 장병들에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백승주 의원 [사진제공=연합뉴스] |
물론, 북한군 중 판문점에서 근무하는 병사는 북한 최고의 정예요원이라는 인식이 형성돼 있긴 하다. 세간에는 판문점에서 근무하는 북한군은 모두 일반 병사가 아니라 군관들이라는 소문도 퍼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번에 귀순한 북한군이 북한 최고의 정예요원이라고 단언하기에는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총상을 입은 북한 귀순병사 치료를 담당한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가 지난 22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귀순병사는 성이 오(吳)씨이고 나이는 24세다. 키는 170㎝, 몸무게는 60㎏ 정도다.
중학교를 졸업한 직후 군에 입대해 현재 8년째 복무 중이다. 북한 부대에서 운전을 한 것으로 알려졌고, 한국의 현대 갤로퍼나 테라칸 등을 운전해 본 경험이 있다고 한다.
북한군을 뜻하는 북한 조선인민군에 대해 현재까지 알려진 바, 계급은 우리 군의 병사 계급인 전사급(전사-초급병사-중급병사-상급병사), 우리 군의 부사관에 비견되는 하사관급(하사-중사-상사-특무상사), 우리 군의 위관급 장교에 해당하는 위관급(소위-중위-상위-대위), 우리 군의 영관급 장교에 해당하는 좌관급(소좌-중좌-상좌-대좌), 우리 군의 장군에 해당하는 장령급(소장-중장-상장-대장)으로 이뤄진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8년 복무한 귀순병사 오씨는 여기서 어디에 해당될까.
북한군의 복무 기간을 따져보면 병사인 전사급의 가장 하위 계급인 전사의 복무 기간이 7년이다. 하급병사 7년, 중급병사 10년, 상급병사 10년이다. 이렇게 따질 때 오씨의 계급은 하급병사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귀순병 오씨가 북한을 탈출하던 당시 착용하고 있던 군복에는 하급병사 계급장이 붙어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군에서 하급병사 계급을 엘리트라고 부르는 경우는 찾아 보기 힘들다.
대부분의 북한군 징집병들은 중사계급에서 분대장을 하다가 제대하며, 하사와 중사의 복무 기간은 15~20년으로 알려져 있다. 그 위인 상사나 특무상사는 정년퇴직때까지 복무한다.
북한군 징집병들 중 특무상사까지 진급하는 경우는 전체의 6~7%에 불과하며, 특무상사들은 소대나 대대의 병사 전체를 책임지는 사관장을 맡아 웬만한 군관(장교)보다 위상이 높다고 한다. 이렇게 특무상사까지 진급한 인원들이 통상 북한군의 이른바 엘리트로 불린다. 이들은 북한에서 노동당 입당이나 대학 입학이 확정된 명실상부한 엘리트로서 북한군의 근간으로 성장하게 된다.
물론, 북한군으로서 성장하는 다른 길도 있다. 북한군 병사들 중 5~7년 군 생활을 하다가 군관학교에 들어가 장교의 길을 걷는 방법이다. 2년제 군관반을 마치면 소위, 4년제 군관반을 마치면 중위가 된다. 이들은 30~36세에 중대장을 맡아 북한군의 중추가 된다.
5~7년간 하전사 경험을 쌓은 요원들이 장교로 진급한다는 점에서 우리 사관학교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병사들에 대한 이해도, 지휘통솔 능력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 군 장교는 4년제 사관학교를 졸업하면 병사 경험 없이 바로 장교로 임관된다.
북한의 위관급 장교들이 영관급인 소좌로 진급하려면 김일성군사대학의 3년제 군사대학반을 나와야 한다. 이후 대대장을 맡을 수 있게 되고, 중좌에서 상좌로 진급하려면 김일성군사대학의 2년제 전술연구반을 나와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북한 귀순병사 오씨를 북한의 최고 정예병사로 부르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아 보인다. 물론, 북한군에서 8년간 복무한 귀순병사 오씨가 여러 루트로 진급해 북한군의 엘리트로 성장할 가능성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으로 귀순하다 추격하던 북한군의 총격을 맞은 북한 병사 오씨가 쓰러져 있다. 유엔군 사령부가 22일 공개한 CCTV 장면. [사진제공=연합뉴스] |
오씨는 평균 150~160㎝로 알려진 북한군의 왜소한 체형과는 달리 키가 170㎝로 상대적으로 건장한 체격을 갖췄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는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병사와 악수하는데, 수술 후 회복 중임에도 해군 UDT 대원 같은 단단한 근육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며 “본인이 먼저 요구하는 것도 없고 불평도 하지 않는 배우 현빈을 닮은 건장한 청년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만약 오씨가 북한군에 남아 북한군의 엘리트로 성장하고자 했다면, 전체의 6~7%에 들어 특무상사로 진급한 뒤 사관장을 맡았을 것이다. 오씨가 군관학교에 들어가 장교의 길을 걸었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군 생활 5~7년 안에 군관학교에 가지 않고 복무 8년차에 접어들어 하급병사 계급장을 달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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