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더 이상 이길 수 없어 한국과 협의 않겠다 선언..출구전략의 일환”
-대화 중 일본 초계기 재차 도발 보고받고 긴급히 자리 떠 강력대응 지시
-“또 도발하면 대응행동수칙에 따라 강력대응”..무기체계 사용도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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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욱 합참 작전본부장이 23일 오후 국방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P-3 초계기가 23일 남해 이어도 인근 해상에서 우리 해군 함정 대조영함을 향해 근접 위협비행을 해 ‘한일 레이더 갈등’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 우리 군은 일본의 명백한 위협비행이 계속되면 사격용 레이더 가동과 미사일 발사 등 군사적 충돌도 불사하겠다며 일본의 자제를 강력 촉구했다.
일본은 지난 12월 20일 동해 대화퇴어장 인근 해상에서 우리 해군 광개토대왕함에 근접 위협비행한 뒤 18일과 22일에도 각각 울산 동남방 83km서 작전중인 율곡이이함, 제주 동남방 95km서 작전중인 노적봉함에 접근했다.
12월 20일 광개토대왕함 근접비행에 대해 우리 측은 일본에 사과와 재발방지를 촉구했지만, 일본은 우리 함정이 초계기를 향해 사격용 레이더를 쐈다며 오히려 한국이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 문제는 일본 아베 총리 등이 나서서 언급하는 등 양국간 외교 문제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였다. 다만 18일과 22일 비행은 일본 초계기가 1~2마일을 넘지 않고 비행 형태도 위협비행 패턴과 거리가 멀어 우리 측은 문제삼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은 23일 14시 3분께 다시 남해 이어도 인근 해상에서 작전중인 대조영함에 고도 60m, 거리 540m까지 근접 비행하며 또 도발했다.
우리 군 당국은 이와 관련 일본 측을 강력 규탄했다.
◆일본의 거듭된 초계기 도발 23일 또 발생=서욱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육군 중장)은 이날 국방부 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오늘 오후 2시3분께 이어도 인근 해상에서 일본 초계기가 우리 해군 함정을 명확하게 식별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거리 약 540ｍ, 고도 약 60~70ｍ 저고도로 근접 위협비행을 한 것은 명백한 도발행위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서 중장은 “작년 12월 20일 일본의 저고도 근접 위협비행과 관련해 그동안 우리 한국은 인내하면서 절제된 대응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올해 1월 18일, 1월 22일에도 우리 해군 함정에 대해 근접 위협비행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사실에 대해 일본 정부에 분명하게 재발방지를 요청했음에도 오늘 또다시 이런 저고도 근접위협비행을 한 것은 우방국 함정에 대한 명백한 도발행위이므로 일본의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시 이런 행위가 반복될 경우, 우리 군의 대응행동수칙에 따라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군 관계자는 이날 상황에 대해 “일본 초계기를 상대로 ‘귀국은 우리 쪽으로 접근하고 있다. 경로를 이탈하라. 계속하면 자위권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강력한 내용의 경고통신을 20여차례 했다”며 “일본은 ‘우군국이며 식별할 수 있는 항공기에 대해 자위궈적 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며 철회를 요망함’이라고 답변을 해왔다”고 전했다.
이에 다시 우리 군은 “고도 60m 내외로 근접비행한 것은 우리 함정 안전에 위협을 주는 비행이므로 의도에 대한 답변이 필요하다”고 다시 통신했다.
60~70m 저고도 비행이 국제법적 위반은 아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차원의 규정은 민간 항공기가 150m 고도 이상으로 비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나, 이는 해당 항공기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규정이다.
다만 군 당국은 무장탑재가 가능한 군용기가 상호식별할 수 있는 거리를 넘어 의도적으로 근접비행한 것은 명백한 도발행위라는 입장이다.
우리 함정은 이번에도 사격용 레이더를 가동하지는 않았다. 국제협약상 사격 레이더 가동은 우발적 군사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상호적대행위로 간주된다.
◆“일본 도발, 우리한테 레이더 쏘라는 것처럼 느껴져”=군 관계자는 “일본이 반복해서 우리 함정에 대해 근접 위협비행을 하는 것은 마치 우리한테 사격용 레이더를 쏴보라고 유도하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며 “일본이 이런 식으로 지속적으로 우리 측에 상호적대행위를 유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욱 합참 작전본부장이 언급한 ‘우리 군의 대응행동수칙’이란 대응 사격 및 교전을 의미한다.
군 관계자는 대응행동수칙과 관련한 질문에 “작전 매뉴얼 내용이라 밝힐 수는 없지만 함정의 모든 탐지장비와 무기체계를 활용해서 대응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함장은 승조원과 함정을 보호하기 위해 자위권적 조치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며 “이러한 조치에는 사격용 레이더 가동과 대응 사격이 모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일본의 도발 사실은 사건 발생 약 30여분 후인 2시 40분께 국방부로 보고됐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오후 2시부터 약 한 시간여 동안 신년 기자간담회차 기자들을 만나고 있었으나, 긴급 보고를 받고 2시 40분께 갑자기 자리를 떴다.
정 장관은 이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일본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12월 20일 발생한 광개토대왕함 사격용 레이더 문제를 제기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일본은 아베 수상과 관방장관, 방위상, 외무상, 통합막료장(우리의 합참의장)까지 군사, 외교와 관련된 모든 분들이 나와서 (레이더 조사 문제를) 언급했다”며 “그런 측면에서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 아니겠나”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와 관련해서 일본이 논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 한국의 주장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더는 이것을 가지고 (한국과) 협의하지 않겠다고 출구 전략을 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이에 일본 초계기는 거듭 우리 함정을 상대로 비슷한 도발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sooha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