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생산·수입차질 영향
망고 등 수입과일 전반 오름세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토마토에 이어 자몽도 시중에서 ‘실종’됐다. 그나마 있는 것도 두달여 전과 비교해 가격이 두배 이상 치솟았다. 이에 카페 자영업자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가뜩이나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자몽 등 수입과일 가격까지 고공행진하면서 재료비 부담마저 가중된 탓이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코스트코와 트레이더스 매장에선 지난달부터 과일 매대에서 자몽이 사라졌다. 일부 대형마트와 온라인몰에서 그나마 주문 가능한 것도 가격이 크게 오른 상태다. 지난해 10월 가락시장에서 자몽 15㎏은 4만원 선에 거래됐으나, 최근엔 6만4000원까지 뛰었다. 두달 전만 해도 개당 1300~1500원 하던 소매가는 최근 3000원을 넘어섰다.
간혹 일부 저렴한 상품도 있으나, 품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과육이 무르거나 껍질이 두껍다는 등 구입 후기가 대부분이다.
한 대형마트 과일 매장. [사진=연합뉴스] |
매년 9~10월이면 자몽 유통에 일시적으로 차질이 빚어질 때가 있다. 7~8월 유통되던 남아공산이 품절되고 미국산이 수입되기까지 공백기가 생기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8월 중순께부터 가격이 슬금슬금 오르는 등 물량 소진이 유독 빨랐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현지 생산과 수출 모두 원활하지 않으면서, 남아공 자몽이 일찌감치 소진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한 수입과일업체 관계자는 “현재 남아있는 남아공 자몽은 끝물이라 과육이 무른 것이 많고 그마저도 가격이 많이 오른 상황”이라며 “플로리다산이 11월 수입될 예정인데 그때부터 물량이 풀리면서 가격이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자몽주스와 자몽에이드 등 메뉴 운영을 중단하거나 가격 인상에 나선 카페들이 늘었다. 최근 토마토에 이어 자몽까지 품귀 사태를 겪으면서 주스류는 물론 샌드위치, 샐러드 등의 메뉴 운영 부담도 커진 형편이다.
서울 구로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점주 박모(32)씨는 “원래 샐러드에 자몽 슬라이스가 들어가는데 다른 과일로 대체했다”며 “한병 남은 자몽청을 다 쓰면 당분간 자몽에이드도 판매를 중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달콤커피 관계자는 “현재 비축해둔 물량으로 당장 판매가 어렵지는 않으나, 코로나로 인한 수입 지연으로 물량이 여유롭지는 않다”고 밝혔다. 달콤커피는 ‘허니몽’, ‘생자몽 모히또’ 등의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한편 자몽 외 다른 수입과일 가격도 올들어 크게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공사 농산물유통정보와 서울청과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망고 5㎏ 도매가는 6만2480원으로 전년 대비 31.7% 상승했다. 지난 10일 바나나 5㎏ 도매가는 2만9000원으로 전년보다 34.3% 올랐고, 오렌지(네이블) 18㎏ 도매가는 5만9000원으로 23.4%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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