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포기하고 ‘미래’ 선택
경쟁사와 같은 듯 다르게 MZ 공략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사진제공=롯데백화점]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서울 영등포 롯데백화점 1층에 가면 다른 백화점들처럼 명품 화장품 브랜드를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인스타그램에서 자주 보던 유명 카페·편집숍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백화점이 익숙하지 않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과감히 명품 매장을 포기한 것. 롯데 영등포점을 보면서 ‘잠재적 미래 고객을 유치하지 못하면 백화점의 미래도 없다’는 백화점의 위기 의식을 보는 듯 했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사진제공=롯데백화점] |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이 17일 1년 여간의 재단장을 마치고 새롭게 개점한다. 이번 재단장의 핵심은 백화점 1~2층을 젊은 세대가 ‘인증 사진’을 찍고 노는 곳으로 탈바꿈했다는 점이다. 방문객이 #(해시태그)를 달아 사진을 올리기 쉽도록 입점 브랜드의 감성을 그대로 살리고, 매장 한 곳당 평수도 늘었다.
우선 1층에는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식음료(F&B) 매장을 중심으로 ‘맛집 거리’를 구성했다. 유럽 전통 제조방식을 따르는 것으로 유명한 CNP푸드의 ‘아우어 베이커리’는 약 247.93㎡(75평) 규모로, 백화점 정문 외에 베이커리에 바로 입장할 수 있는 문을 신설했다. 강남에서 유명 맛집으로 알려진 퓨전 일식당 ‘호랑이식당’도 유통업계 처음으로 입점했다.
‘맛집 거리’와 함께 젊은 층의 감성을 자극하는 편집숍도 대거 들어섰다. 특유의 감각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한 편집숍 ‘슬로우스테디클럽’이 약 330.57㎡(100평) 규모로 들어선다. 2층에는 무신사, 더블유 컨셉 등 패션앱에서 유명한 온라인 브랜드를 한자리에 모은 공간인 ‘유스컬처 조닝’이 마련됐다.
대신 백화점 1층을 차지했던 명품 브랜드 매장을 3층으로 올렸다. ‘백화점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1층에 명품 대신 식음료 매장이나 신진 브랜드들을 유치한 것은 당장의 매출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MZ세대’라는 미래 고객의 투자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1층에 있는 '큐레이션 서점' [사진제공=롯데백화점] |
영등포점은 경쟁사의 MZ세대 전략과 다른 길을 가려는 노력도 엿보였다. 우선 백화점 등 대형 쇼핑매장을 쇼핑하러 오는 곳이 아닌, ‘놀러가는 곳’으로 생각하는 젊은 세대의 인식을 반영해 많은 브랜드를 입점시키기 보다 브랜드 정체성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
새로운 방식의 매장 구성도 돋보였다. 3층 뷰티매장은 입생로랑·에스티로더 등 백화점 명품 매장에서 볼 수 있는 브랜드와 함께 매장 전면에 젊은 층의 선호도가 높은 향수를 배치했다. 1층에 문화복합공간도 조성했다. 공간 기획 및 디자인 전문기업인 ‘로컬스티치’와 협업한 ‘큐레이션 서점’은 향후 카페나 강연을 들을 수 있는 라운지로 조성될 예정이다. 비슷한 문화 복합공간으로는 인디밴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신촌 현대 유플렉스 매장에 있는 ‘언플러그드’가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영등포 지역은 서울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젊은 층의 유입이 꾸준히 증가하는 지역”이라며 “이번 재단장을 통해 서울 서부 상권에 있는 젊은 세대를 공략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binn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