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인 사업지는 한 곳도 확정된 곳 없어
작년 공공재개발 공모참여율 25% 반영해 단순계산
민간 참여 관건인데, 참여할 것이란 기대감 반영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구체적 실체 없는 뜬구름이다.”(A 재건축 컨설턴트)
“너무 작위적이다. 숫자놀음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B부동산 연구기관 연구원)
“공공주도로 도심에 공급량을 대폭 늘리겠다는 계획 자체가 무리수다. 공급계획의 10분의1도 실현되기 어려울 거다.”(C주택 대표)
정부는 구체적은 수치를 제시하며 ‘압도적 물량 공급’이라고 하는데, 시장 전문가들은 ‘작위적 숫자 놀음’, ‘뜬구름 공급책’이라고 평가한다. 정부가 4일 발표한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이하 ‘2·4주택공급대책’) 이야기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대책을 설명하며 “‘공급쇼크’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연간 전국 주택공급량의 약 2배에 이르며, 서울 공급량은 서울시 주택 재고의 10%에 달하는 막대한 수준의 공급 확대로 주택시장이 확고한 안정세로 접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2.4주택공급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이날 정부가 밝힌 공급 계획은 1000가구 단위까지 제시할 정도로 상당히 구체적이다. 2025년까지 전국 83만6000가구(서울 32만3000가구·경기 인천 2만1000가구·5대광역시 22만가구)를 공급한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통해서만 13만6000가구가 지어지고, 역세권에선 12만3000가구가 공급되는 등 부문별 주택 공급량도 꽤 세세하게 설명했다.
부문별로는 연간 공급 계획도 제시했다. 예컨대 정비사업으로 공급되는 물량 중 1만3000가구가 올해 분양되고, 2022년엔 2만가구, 2023년엔 2만8000가구, 2024년 3만4000가구, 2025년엔 4만1000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라고 한다.
도시는 대규모로 주택을 공급할 만한 부지가 부족하다는 게 늘 문제다. 도심 주택공급 계획은 늘 토지주의 이해 관계에 따라 좌우된다. 정부가 토지주를 좌우할 확실한 카드를 제시한 걸까. 도심 어디에 이런 물량을 공급할 수 있게 된 걸까. 세부적인 공급계획이 제시된 만큼 구체적인 사업지를 확보했나 보구나 기대하는 순간, 기대감은 당혹스러움으로 바뀐다.
자료엔 세부 사업지 정보는 없고, 온통 이런 저런 인센티브 대책과 여기서 나오는 개발 이익을 어떻게 환수할 지에 대한 내용 뿐이다. 그리곤, ‘이런 저런 혜택이 있으니, 재건축·재개발을 하려고 나서는 단지가 많이 나올 것’, ‘역세권 용적률을 높여주니 공공주도 개발에 나서는 토지주가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을 드러내는 수준 뿐이다.
정부에 따르면 이번 대책과 관련해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사업지는 없다. 수치는 모두 ‘기대참여율’(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는 비율)이란 익숙하지 않은 개념을 동원해 ‘추계’한 것이다. 공급 대상 가능 후보지 전체를 대상으로 놓고, 이 정도 비율은 2·4주택공급대책에 참여할 것이라고 예상한 물량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가장 공급 물량이 많은 정비사업 공급 대상 13만6000가구는 어떻게 뽑았을까? 현재 재건축·재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전체 단지를 대상으로 삼아 기대참여율을 곱했다. 전국 사업시행인가 전 단계의 ‘기존구역’(46만4000가구)과 예정구역 등 신규 정비사업 가능 ‘신규구역’(64만6000가구)을 모두 대상으로 삼아, 기대참여율을 반영해 산출한 것이다.
기대참여율은 작년 공공재개발 공모 참여율이 25.9%였던 걸 감안에 ‘최대 25% 수준’에서 지역 사정 등을 반영해 차등 적용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말하자면 작년 공공재개발 공모에 25% 정도 참여했으니 이번 2·4주택공급대책에도 그 정도 수준에서 참여할 것으로 ‘추계’해 수치를 뽑았다.
가장 관심이 많고 공급 물량도 많은 서울을 보자. 현재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기존구역 22만2000가구 중 25%, 앞으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인 신규구역 37만4000가구 중 10%가 이번 공공주도 주택공급 대책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게 추계해 산출한 수치가 서울 정비구역 공급계획 9만3000가구의 세부 내용이다.
과연 정부 계획대로 될까? 정부가 이번에 제시한 인센티브가 재건축 재개발 조합이나, 역세권 토지주 등에게 얼마나 매력적인지, 그래서 얼마나 많은 곳이 이번 정부 주도 주택공급계획에 참여할 지에 대해선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조합마다 사업 단지마다 당분간 계산기를 두드릴 것이다.
정부가 조합원들에 제시한 10~30%포인트 추가 수익률 개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대상 배제 등 인센티브가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전문가도 있고, 집값 상승세가 가파른 요즘 분위기에 누가 공공이 주도하는 사업을 하려고 하겠느냐고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실효성에 대해선 당분간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분명한 건 공공 주도로 도심에 획기적으로 공급을 늘린다며 제시한 ‘전국 83만6000가구, 서울 32만3000가구’가 사실 그다지 신뢰할 만한 수치가 아니라는 점이다. ‘기대참여율’은 말 그대로 ‘기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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