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부담, 대출규제 등 영향
다만 집값 상승 흐름은 여전
“시장 안정됐다고 보기엔 아직 일러”
새해 들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줄어들고 있으나 가격 상승 흐름은 꺾이지 않고 있다.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새해 들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크게 줄어드는 모양새다. 높아진 매도 호가에 대한 부담감과 대출 규제, 공급대책 발표 등의 영향으로 계약이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를 시장 안정화 시그널로 보긴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달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10건 중 6건이 최고가격으로 체결되는 등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는 4391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7510건)보다 41.5% 줄어든 수치다. 아직 거래 신고기한이 남아 총 거래건수가 늘어날 가능성은 있으나 감소 추세는 뚜렷하다. 일각에선 전통적인 거래 비수기라는 분석도 있으나 지난해 같은 달 아파트 거래가 6505건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거래 자체가 위축된 게 사실이다.
특히 정부가 지난 4일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한 뒤 거래절벽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외곽지역 구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거래가 줄고 일부는 호가도 약보합세로 돌아섰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겨울방학 특수가 없었던 데다 작년에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 추격매수를 망설이는 이들이 늘어난 것 같다”면서도 “시장이 안정됐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전했다.
실제 가격 흐름은 여전하다. 거래량이 줄어든 것과 달리 가격은 우상향 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 아파트 가격이 떨어진 사례도 있으나 대부분 낙폭이 크지 않은 편이다.
헤럴드경제가 이달 17일까지 신고된 2월 서울의 아파트 거래 가운데 취소건, LH분양전환임대주택 거래건, 전용 30㎡ 이하 소형주택건, 최초거래건, 2020년 동일 평형 거래가 없는 건 등을 제외한 거래 159건을 분석한 결과 93건이 최고가격으로 체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의 58.5% 수준이다. 지난해 동일 평형 아파트 거래가 한 건도 없었던 사례까지 포함하면 최고가 거래 비중은 65% 이상으로 늘어난다.
성동구 금호동4가 대우아파트 전용 59.97㎡는 지난 6일 12억원에 주인이 바뀌었다. 직전 최고가인 10억7500만원(지난해 12월)보다 1억2500만원 오른 가격으로 거래됐다. 관악구 봉천동 e편한세상서울대입구 1단지 전용 59.9㎡ 역시 지난 3일 12억원에 매매됐는데 이는 한 달 전보다 1억1000만원 오른 가격이었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서도 오름세가 나타났다.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6차 전용 106.71㎡는 이달 2일과 3일 두 차례에 걸쳐 27억원, 27억5000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직전 최고가 거래인 지난해 12월 25억2000만원에서 1억8000만원 오른 데 이어 하루 만에 5000만원 비싼 가격에 거래가 체결된 셈이다. 압구정동 재건축사업이 탄력을 받으면서 실거래가도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지난해 아파트 거래가 유례없이 많았기에 그와 비교해 위축을 판단하긴 어렵고 시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가격 측면에선 낮은 금리, 전세가 상승, 계절적 성수기 진입 등을 고려했을 때 오름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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