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금가입자들 “민영주택 전용인 우리는 어떡해?” 반발
국토부 “85㎡ 이하 주택, 예·부금 가입자에게도 공급 검토” 해명
공공분양 아파트 청약가능한 청약저축 가입자도 불만
전문가들, “정부가 직접 사업 나서는 바람에 애매해진 상황”
민간 땅에 정부가 직접 정비사업 시행자로 들어가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2·4 대책 후폭풍이 청약시장을 덮쳤다. 민간분양에 신청할 수 있는 청약예부금가입자들과 공공분양에 신청할 수 있는 청약저축가입자들을 경쟁관계로 만들었다. 사진은 이번에 3기 신도시로 지정된 시흥시 과림동 일대.[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2·4 부동산대책의 핵심 내용은 공공 재건축, 재개발입니다. 이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은 청약저축 통장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주어지겠네요. 청약예금으로 민간분양 밖에 기회가 없는 사람으로서는 이번 정책으로 더 고통스러울 것 같습니다.”(청약예금 가입자)
“20년을 꼬박 10만원씩 넣으면서 여지껏 기다렸는데, 30대 특공 자격자들이 새치기하는 것도 억울한데 이제는 청약예금부금자들까지 새치기 시키네요. ‘제도를 믿고 꾸준히 저축하면 나에게도 기회가 오겠지’라는 희망만으로 살아온 사람들을 울리지 마세요.”(청약저축 가입자)
민간 개발을 막고, 공공주도로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정부 대책이 청약을 기다려온 무주택 국민들사이에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먼저 2·4 공급대책 발표 직후 민영주택에 공급할 수 있는 자격을 지닌 청약예금과 부금 통장 가입자들이 반발했다. 공공이 시행하는 아파트여서 주로 ‘공공분양’이 예상되는데, 이렇게 되면 청약통장의 쓸모가 전혀 없게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청약예·부금은 민간분양 청약을 위해 도입됐기 때문에 공공분양에는 지원이 불가능하다.
정부는 집값 안정을 위해 서울 32만 가구, 전국 83만 가구의 주택을 추가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형식은 ‘공공 직접 시행 정비사업’ 등으로 공공이 전면에 나선다. 시장에선 이 대책이 ‘앞으로 민간 재건축·재개발은 꿈도 꾸지 말라’는 뜻으로 통한다.
청약예·부금 통장 가입자가 분노하자, 국토부는 대책 다음날인 지난 5일 “보유하고 있는 청약통장에 따라 청약 기회가 부당하게 축소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청약예·부금 통장 가입자도 공공분양 일반분양에 신청할 수 있도록 재고하겠다는 뜻이다. 국토부는 “85㎡(전용)를 초과하는 물량은 원래 청약예금 통장 가입자도 청약신청이 가능하다”면서 “여기에 85㎡ 이하의 공급물량도 당초 민영주택으로 공급될 가능성이 있던 물량을 공공이 참여해 공급되는 특수성을 감안하겠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이번엔 공공분양 아파트에만 청약할 수 있는 청약저축 가입자들이 뿔났다. 한 민원인은 국토부 여론광장에 “최근 몇년간 서울지역의 공공분양이 거의 없었고 공공분양이 있더라도 신혼부부 등 특정세대 특정계층에만 청약기회 쏠림이 심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발표된 공공택지와 3기 신도시를 비롯한 모든 공공분양에선 오랜기간 주택도시기금에 일조해온 청약저축 가입자들에게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원래 재건축 재개발은 민간사업이어서 예금, 부금 가입자들 몫이었는데 정부가 직접 사업을 하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땅은 민간땅인데 사실상 공공분양 형식이 취해진 애매한 상황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한정된 몫을 놓고 서로 싸워야 되는 청약은 어느 한쪽이 이득을 보면 다른 한쪽이 손실을 보는 ‘제로섬’이어서 사회적 상식수준에서 적절한 비율로 분배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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