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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가망신·강제처분·부동산 전쟁”…말만 센 투기대책 ‘뒷감당’은 어떻게 [부동산360]
이슈 블랙홀 된 LH직원 땅투기 사태 ‘점입가경’
정치권 연일 강경 단어 쏟아내지만 실효성 의문
시한부 장관 만들고 사태 수습은 어떻게 하나
2·4대책 흔들림 없이 추진하면서 동시에 LH 힘뺀다?
경쟁적 입법 나선 국회…위헌 논란 소급적용 카드 또 꺼내
정세균 국무총리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LH 후속조치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정부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LH투기의혹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전방위적 대책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들끊는 국민비난여론을 면피하고자, 의욕만 앞서 실효성 없는 대책들만 남발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4월 보궐 선거를 앞두고 LH투기의혹 건이 정국 최대 변수로 떠오르면서 청와대와 여당, 정부가 국면전환용 카드만 남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이익환수를 위한 입법과정에서 소급적용 논란 등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대책·입법 쏟아지지만…법적 다툼 불가피, 소급적용 논란도= 정세균 국무총리는 14일 오후 LH 후속조치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LH 임직원들의 신도시 투기에 대해 “LH 임직원은 실제 사용목적 이외에 토지 취득을 금지시키겠다. 정부합동 조사결과로 확인된 20명 등 투기의심자들은 수사결과에 따라 신속하게 농지 강제처분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부패방지법 상에는 공직자가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 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할 경우 이득을 몰수 또는 추징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이익이 발생해야, 환수가 가능하기 때문에 일단 토지 보상부터 해줘야 한다. 아울러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했다는 점을 증빙하기가 쉽지 않다.

현행 공공주택특별법에는 ‘업무처리 중 알게된 정보를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 또는 누설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만 정한다. 부패방지법상의 ‘비밀’이 아니라 ‘정보’라는 점에서 다소 폭넓은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부동산 강제처분과 같은 조항은 없다.

물론 투기를 저지른 LH직원과 공무원을 엄단하려면 업무상 얻은 정보를 이용해 땅을 매입했음을 증명해 내야한다. 이어 공공주택특별법을 개정해 강제처분 조항을 넣고, 이를 소급적용까지 시켜야 한다. 이때문에 정부와 국회에서 소급적용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정치권에선 지난 2일부터 36건의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하루에 3개 꼴이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LH 임직원이 내부 정보를 누설할 경우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징역·금고나 자격정지형으로만 처벌받도록 하고,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기로 얻은 이익은 몰수·추징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미공개 정보로 투기이익을 얻었을 경우 1년 이상 유기징역과 투기이익의 3~5배에 달하는 징벌적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투기이익이 50억원 이상일 경우 최대 무기징역까지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LH 본사 앞.[연합]

▶LH 환골탈태급 바꾸겠다…공급대책 핵심 LH조직 개편 쉽지 않아= 정세균 국무총리는 당장 국민의 분노가 향하는 LH 조직을 해체수준으로 개조하겠다고 공언했다. 기재부와 국토부, 그리고 국무조정실은 이번주부터 LH 조직개편 방안 검토를 시작한다.

일각에선 LH를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로 쪼개 2009년 이전으로 되돌리자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과거의 비효율적인 조직운영을 재현할 공산이 크다. 애초에 LH가 탄생한 이유는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각기 따로 운영되면서 업무 중복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통합 초기 LH는 양 기관이 남긴 부채를 떠안으면서 심각한 유동성 문제를 겪어내야만 했다.

더욱이 정부가 흔들림없이 추진하겠다는 2·4 공급대책은 LH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도록 설계됐다.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과 공공기관 직접시행 정비사업, 그리고 3기 신도시 개발 모두 LH가 중심이다. 이 상황에서 정부가 LH를 유명무실화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변창흠 장관 사의 수용했지만 대안없어 어정쩡한 시한부 장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2일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으며, 대통령도 이를 사실상 수용했다.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LH 후속조치 관계장관회의에서 정세균 총리의 발언을 메모하고 있는 변창흠 장관. [연합]

하지만 바로 경질되는 것이 아니라 2·4 대책의 후속 입법 기초작업까지 수행하라는 단서가 달렸다. 여권에선 4월 초에는 장관이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그에 맞춰 법안 처리가 빨라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청와대로서는 일단 야권의 변장관 사퇴 압박이라는 ‘창’을 사의수용이라는 ‘방패’로 막아 놓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리고 시간을 벌면서 후속 장관을 물색하고 재보선에도 대비하자는 생각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실상 리더십을 잃은 변 장관에게 신속한 사태수습 해결과 공급대책의 지속성을 기대하긴 어렵다. 아울러 국회 입법 과정과 후속 장관 인선이 늦어질 경우 변 장관은 어정쩡하게 장관 자리에 오래 있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때문에 정치적 이해 득실을 떠나 후임 장관을 하루빨리 물색해 사태 수습에 나서도록 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시각이 많다.

▶패가망신·부동산범죄와의 전쟁 등 국민여론 의식한 과도발언…LH직원 2명은 극단적 선택=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8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 “정부는 국민이 가혹하다고 느낄 만큼 사생결단의 각오로 비리 의혹을 파헤치겠다”며 “불법과 비리가 밝혀진 공직자와 관련자는 공직기강 차원에서 엄중히 처벌하는 것은 물론, 수사를 의뢰해 법적으로 죄를 따져 패가망신할 정도로 엄히 다스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태 해결을 위한 단호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여러 법리적 다툼이 생길 수도 있는 사안에 대해 패가망신 등 지나치게 과도한 징벌적 용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지난 12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는 ‘부동산 범죄와 전쟁한다’는 각오로 투기 조사 수행, 투기 근절방안,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에 전력투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최근 투기조사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을 느낀 LH 직원이 연이어 두명이나 극단적 선택을 했다. 12일에는 경기 분당 소재 아파트 인근에서 LH 전북 지역본부장 출신의 B씨(56)가, 13일 오전에는경기 파주 법원읍 삼방리 한 컨테이너 주변에서 LH 파주사업본부 소속 A씨(58)가 숨진 채 발견됐다.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합수본)는 A씨가 ‘투기의심자’로 보인다는 첩보를 입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계획이었다.

법조계 한 전문가는 “LH투기 의혹이 보궐선거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지나치게 정치 쟁점화되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당정청이 선거 전 국민 여론을 의식해 강경 대책 발언에 크게 신경 쓰고 있지만 이번 사태는 검찰수사 등을 통해 명명백백히 밝힌 뒤 법에 따라 처리하는 게 맞다”고 언급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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