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과 연동된 정부 제도 63가지
LH 사태 야기한 공공개발 비용부담도 늘어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집값보다 더 오른 공시가격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공시가격 급등이 사회복지와 정부사업에까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건강보험료 인상 우려에 50% 감면책 등 보완책 설명자료를 내놓긴 했지만, 63가지 제도와 엮인 공시가격의 실타래를 모두 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서울 응봉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 |
18일 국회 입법조사처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의 연계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부동산 평가나 조세 뿐만 아니라 복지와 각종 부담금, 행정 등 5개 분야에서 63가지 제도를 공시가격과 연동해 운영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공시가격의 상승은 부동산 자산의 평가가치를 증가시킴으로써 보유자, 국가 및 지방정부, 거래당사자 등 관련 경제주체에게 다양한 경로로 영향을 미친다”며 “공시가격 상승으로 정책별 적용대상이 크게 달라질 경우 완충장치가 필요하다”며 제도 보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선 서민, 특히 사회의 절대적인 보호가 필요한 취약계층 관련 복지제도에서 예상 밖 부작용을 경고했다. 공시가격 급상승이 가져온 재산가치 변동이 기초연금과 장애인연금, 기초생활보장제도 대상자 산정에 의외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는 집 한채를 가진 장애인과 기초생활 대상자의 수급 자격이 한 순간에 박탈되거나, 젊은층의 취업후 학자금 장기상환 대상자, 생계유지곤란 병역감면 대상자 산정 결과에 부모가 가진 집 한채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또 대학생 및 사회 초년생 자녀가 부모의 집 한채를 이유로 공공주택 입주 등 주거복지에서 탈락할 수 있다.
최근 LH사태를 계기로 문제가 된 정부의 토지 보상금 부담도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했다. 바꿔 말하면 개발예정 정보를 사전에 활용, 토지를 매입한 ‘투기꾼’들의 이익도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공시가격 상승이 국가 및 지방정부 사업에 편입되는 부동산에 대한 보상액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다주택자가 아닌 1주택 소유자도 내야 하는 재산세 역시 예상보다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보고서는 “공시가격 상승으로 부동산 보유자의 과세표준 구간이 이동하는 경우도 존재하므로 실제 세수는 평균적으로 공시가격 상승보다 높은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소위 건물주들과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보고서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의 영향을 받는 주택 ・토지 등의 보유자와 공시가격이 산정되지 않는 비주거용 건축물 보유자 간의 공평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제도 보완을 촉구했다.
한편 정부는 이 같은 공시가격 인상 문제점과 관련 “(복지제도 수급 기초 자료인) 재산액 기준은 공시지가 변동 수준을 고려해 매년 조정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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