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공시가격 상승률과 득표율 차이 유사 흐름
4년간 아파트 가격 크게 오를 수록 野 성향 강해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부동산 선거’로 불릴 만큼 집값 상승과 공직자 투기가 핵심 이슈가 됐던 4·7 재보궐 선거의 결과도 부동산으로 귀결됐다.
특히 서울시 25개 구별 오세훈 시장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득표율 차이는 문재인 정권 4년 여간 아파트 가격 상승률과 비례하는 경향을 보였다. 집값이 폭등했던 지역일 수록 현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발도 거셌다는 의미다.
또 부동산 관련 세금의 기초인 공시가격이 지난해 크게 오른 곳일 수록 오 시장 쏠림이 강하게 나타나기도 했다. 지난해 인상된 공시가격으로 산정된 재산세와 종부세 고지서를 받아 들면서 일종의 조세저항이 표심으로 귀결된 것이다.
▶‘오세훈-박영선’ 득표율 차이가 아파트값 상승률= 8일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보궐선거에서 오 시장과 박 후보간 득표율 차이가 가장 큰 곳은 강남구였다. 강남구에서 두 후보간 득표율 차이는 49.2%포인트에 달했다.
강남구는 KB국민은행 리브온 기준 현 정부 시작인 2017년 5월부터 지난 3월까지 아파트의 제곱미터(㎡)당 가격이 957만원 올랐다.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 금액이다.
‘오-박 득표율’ 차이가 44.3%포인트로 2위를 기록한 서초구는 이 기간 아파트 제곱미터(㎡)당 가격이 826만원 올랐다. 득표율 차이 30.6%인 송파구도 775만원이 상승했다.
강남 3구 외 지역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현 정부 4년간 아파트 제곱미터(㎡)당 가격이 739만원 오른 성동구에서 두 후보간 득표율 차이는 22.6%포인트에 달했다. 용산구와 양천구, 광진구 등 제곱미터(㎡)당 가격이 이 기간 600만원 이상 오른 지역도 20%포인트 내외의 표차를 기록했다.
반면 두 후보간 득표율 차이가 10%포인트 미만인 곳의 제곱미터(㎡)당 가격 변화는 상대적으로 약했다. 6%포인트로 가장 낮은 득표율 차이를 기록한 강북구는 2017년 5월부터 지난 3월까지 아파트 제곱미터(㎡)당 가격이 373만원 오르는데 그쳤다.
또 4년 간 서울 아파트 중 제곱미터(㎡)당 가격 변동이 341만원으로 작았던 금천구도 오 시장과 박 후보간 득표율 차이는 6.9%포인트로 끝까지 박빙 양상을 보여줬다.
▶조세저항 투표 현실화?=오세훈, 박영선 두 후보간 득표율 차이는 또 2020년 공시가격 상승률과도 대체적으로 비례하는 모습을 보였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의 과세 기준인 공시가격이 지난해 크게 오르고, 이에 따라 액수가 커진 세금 고지서를 받아 든 주민이 많을 수록 여당에 등을 돌렸다는 의미다.
2020년 서울 구별 공시가격 상승률 |
반면 2021년 공시가격 상승과 두 후보의 득표율 차이는 연관성이 크지 않았다. 공시가격 급상승 논란은 있지만 아직 실제 세금 고지서를 받지는 않은 까닭으로 해석된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는 지난해 공시가격 상승률이 25.6%와 22.6%, 18,5%로 서울에서 상승률 1~3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도 오 시장에게 큰 차이로 표를 몰아준 상위 지역이기도 하다.
반면 지난해 공시가격 상승률이 7% 미만 한 자리수에 그쳤던 강북구, 은평구, 관악구, 금천구는 두 후보간 격차가 6%포인트 대에 불과했다. 이들 지역 공시가격은 올해 서울시 전체 평균보다 높은 20% 넘게 올랐지만, 그 영향은 이달 하순에나 세금고지서로 체감할 수 있다.
올해 공시가격 상승률 34.7%로 서울 최고를 기록하며 깜짝 뉴스에도 올랐던 노원구도 마찬가지다. 노원구 공시가격은 지난해 7.2% 오르는데 그쳤고, 이번 선거에서도 여야 후보간 격차는 12.6%로 전체 평균보다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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